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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Sep 15. 2022

차 끓이는 여러 방법들

음식에 관한 단상들

우리나라는 차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편이다.

술에 비해서 말이다.

듣기로는 고려시대까지는 차 문화가 있었는데 조선시대에 불교를 탄압하면서 불가와 깊은 연관이 있던 차 문화도 사라졌다고 한다.


내가 젊을 때, 우리나라에 다도 부흥기가 있었다.

우리 녹차를 재배하고 제조하면서 다기도 개발하고 홍보도 하고 여러 군데서 가르치기도 해서 나도 배운 적이 있다.

그 뒤에 고가의 중국차가 한때 확 뜨더니 잠잠해지고.

대신 차 문화는 약간 마이너 하지만 꾸준한 취향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듯 보인다.



형식과 의미의 최고봉인 일본 다도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다도도 일정한 방식이 있다.

영국식 홍차도 물 온도, 도구, 차 끓이는 방법 등등 일정한 형식이 있나 보더라.

커피도, 홍차도, 녹차도 펄펄 끓은 물을 약간 온도를 낮춰서 내려야 성분이 어쩌고, 맛이 이러쿵... 하다는 것이다.

와인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 살짝 속물적인 허세의 냄새가 나기는 한다.


그런데 영국보다 아마 훨씬 오래전부터 차 음용이 일상화되었을 아랍 쪽이나 중국, 인도 고산 지대에서 차 끓이는 모습을 보면,

펄펄 끓는 물을 붓거나 아예 주전자에 찻잎을 넣고 끓이더라.

그렇게 주전자에 끓인 차를 하루에도 몇 잔씩 틈 날 때마다 마시는데.


내가 끓이는 밀크티도,

찻주전자에 찻잎을 듬뿍 넣고 먼저 소량의 물을 부어 끓이다가,

차가 우러나기 시작하면 우유를 붓고.

세지 않은 불에 보글보글 끓이면서 쌉쌀한 차맛이 충분히 우러나면 불을 끄고 적당량의 설탕을 넣은 뒤,

거름망으로 찻잎을 걸러 마신다.

카페인이 얼마나 짙은지는 모르겠는데 뜨끈뜨끈 달달한 내 밀크티를 마셔본 사람들은 다들 맛있다고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니.

티백 우린 멀건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넣은 밀크티보다 확실히 맛이 좋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상당한 차 애호가였다.

전에 소개한 <조지 오웰 산문집>에 작가가 홍차를 끓이는 방식이 소개되어 있다.

작가도 펄펄 끓는 물을 쓰더라.

요약하면 이렇다.

나름대로 까다로움.


 <맛있는 차 한 잔>


     1) 인도산 차(중국산 아님)

     2) 도자기나 토기로 만든 티포트를 사용할 것. 

     3) 포트를 미리 데우는데 뜨거운 물 붓는 것으로는 모자라고 직접 가스레인지에 올린다.

     4) 차가 진해야 한다- 1리터 포트에 찻숟가락 가득 6개 분량의 찻잎.

     5) 찻잎을 그대로 포트에 넣는다- 스트레이너나 주머니에 넣지 않는다.

     6) 물을 끓이는 주전자 쪽으로 포트를 가져가 끓는 물을 넣고 우린다. 

     7) 차를 우린 다음 젓기보다 포트를 흔든다. 그 뒤에 찻잎을 가라앉힌다.

     8) 얕고 평평한 잔이 아니라 원통형 잔에 담는다.

     9) 우유를 넣기 전에 유지를 따라낸다. 

    10) 우유보다 차를 먼저 따른다. 설탕 넣지 않는 씁쓸한 맛이 좋다. 

(<조지 오웰 산문선>, 162, 163쪽, 조지 오웰 지음, 허진 옮김, 열린책들)



차를 일상적으로 마시는 문화권은 대체로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것 같다.

러시아와 주변 국가들은 예외.

우리나라도 술 대신 다양한 차를 즐기는 문화가 널리 퍼지면 좋겠다.

차를 마시면서 맑은 정신으로 일하고 사교하고 생각해야 좀 정직해질 것 같다.

제정신으로는 못하는 일, 술에 잔뜩 취해서 

끼리끼리 악당 모의를 하고.

술 마시면서 뇌물과 불법을 주고받고.

술로 맺은 인연으로 범죄자를 사하고 뒷돈 받고.

맨 정신으로는 차마 못할 잔인한 짓도 술과 권력의 힘으로 서슴지 않고 벌이지.


이런 짓 그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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