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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간에서 한 나절- 제주도

마음에 남은 풍경들

by 기차는 달려가고

중산간으로 간다.

대천 환승정류장에 가면 제주도 동부 중산간의 오름들과 비자림을 다니는 순환버스가 있다.

친절한 기사분과 해설사가 함께 하는 관광버스로 제주 관광의 야심 사업 같은데, 승객들이 거의 없다.

매우 미안한 마음.



봉긋한 오름들이 여기저기 솟아 있는 동쪽 중산간 지역은 한산하다.

곶자왈 지역은 바닥이 암반이라 물이 그대로 아래로 빠지는 지형이다.

그러니 물이 부족해서 논농사를 못 지었고,

물이 없으니 사람이 살지 못했다.

그래서 용천수가 솟구치는 바닷가 쪽에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거였다.

지금도 관광 시설 빼면 억새가 흔들리는 들판, 당근밭, 크지 않은 귤 밭, 그 사이 드문드문 집 몇 채가 모여 있을 뿐이더라.

그리고 비자림이 있다.


비자림은 정말 좋았다.

30분마다 입구 근처에서 해설사 분이 출발하는데 해설을 꼭 들으라 권하고 싶다.

숲에 관해서, 비자나무에 관해서, 제주도 분들의 삶에 관해서 귀중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

비자림은 나무가 잘 자라도록 사람 손을 더하는 수목원과 달리,

사람 손이 타지 않은 원시림이란다.

제주도 분들도 무섭다고 거의 오지 않은 지역이어서 원시림이 보존될 수 있었다.

아름다운 가을 날씨여서 어딜 가도 좋았겠지만.

숲이 우거진, 공기가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한 비자림에서 2시간 이상 머물 수 있어 얼마나 좋았는지.

숲에 폭 빠져서 다른 생각이 전혀 안 들었다.


비자림을 나와 아부오름에 갔다.

제주도는 어딜 가나 한라산과 바다를 볼 수 있다.

아부오름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 중 하나.

파란 바다와 하얀 풍력발전기가 보이는 풍경.


그리고 세화리에 갔다가.

북쪽 바닷가 마을마다 정차하는 버스를 타고

드문드문 보이는 동북부의 바다를 보면서 어두워가는 제주 시내로 돌아왔다.

달리는 버스에서 본 제주의 동북부 쪽 바다.



고단한 하루였다.

푹 자고 내일도 일찍부터 움직이자.

내일 오후에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

아, 벌써 아쉬움.



더해서,

왜!

이 아름다운 섬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는지.

길 가에는 물론, 비자림 출입금지 지역 안으로까지 쓰레기를 밀어 넣는 심사는 대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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