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의사 표현과 전달의 수단이면서 동시에 진실을 거짓으로 호도하기도 하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양면을 갖고 있다.
싸움 못 하시는 우리 어머니는 아이들이 말도 안 되는 억지로 바득바득 우겨댈 때,
혀를 끌끌 차고 한숨을 쉬시면서 "어휴,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하는구나..." 하시며 고개를 돌리셨다.
그래.
입 달린 사람 치고 자기 방어 못 하는 사람이 없으니.
정면에서 잘못을 지적받을 때 자동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변명이 튀어나온다.
우리 아버지는 그런 변명을 엄청나게 싫어하시는 분이라서
구차하게 무어라무어라 중얼거리는 자식들을 빤히 바라보시며,
"스스로에게 치사하지 않니?"라고 되물으셨다.
덕분에 나는 되도록 변명하지 않는 아이로 자랐고.
하지만 모든 자식이 그런 것은 아니어서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난 자식도 있다.
차라리 꿰매버리고 싶은 입들이 있다.
거짓말과 억지로 바득바득 우기면 거짓이 진실이 된단 말인지.
더 큰 목소리로 더 많이 떠들면 내가 상대방보다 잘나진 다는 건지.
어쩌면 스스로를 납득 또는 세뇌하기 위해 거짓말을 더 해대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못난이라는 자괴감으로 너무 괴로워서,
"나는 잘났다, 잘난 거다, 잘났다고 하면 잘나지는 거다", 라든가.
자신이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혀를 날름거리면서,
"나는 정직하다, 우리 집 가훈은 정직이다, 내가 정직하다고 100번 외우면 내 말이 참이 되는 거다",
그런 주술이랄지.
자라는 애들이 저런 걸 보고 자라며,
뻔한 거짓이 승리하는 모습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말 잘하는 나도 스스로를 경계, 또 경계해야 한다.
아예 입을 다물자.
그런데 문제는 현실에서 입을 다물면 즉시 거짓이 승리한다는 점이다.
싫어도, 구차해도 한 마디도 지지 말고 내 의견을 끝까지 떠들어야 하는 책임을 짊어질 때,
아 정말 피곤하고 지치는 과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