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튜브에 런던 거리를 보여주는 콘텐츠가 여럿 있다.
그중 하나를 종종 보는데,
번화가를 걸으면서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 풍경을 보여주거나,
런던 시내 또는 교외를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도로 주변 풍경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자막이나 대사 없이 거리 혹은 버스 노선에 대한 간단한 정보뿐.
부분적으로 음악이나 자연스러운 약간의 소음을 배경으로 승객 시선에서 보이는 버스 밖의 풍경이 펼쳐진다.
버스나 기차에 앉아서 멍하니 스쳐가는 풍경 바라보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꼭 따라 하고픈 여행 방식.
소망을 품었으니 언젠가를 기약하자.
주택들만 모여있는 마을이 있고 한참 풀밭을 지나 주유소, 또 도로를 한참 지나 외로이 패스트푸드점.
자동차들이 도로를 다닐 뿐 인도에는 사람들 모습이 드물다.
그렇게 띄엄띄엄 마을과 상점, 편의시설이 있는 대도시 주변 한산한 주택가를 버스가 지나간다.
런던 근교 어디를 지나가는 도로 옆 인도에,
인디언 핑크색 코트를 차려입은 백발의 할머니 뒷모습이 눈에 잡혔다.
허리가 반쯤 굽은 노인은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끄느라 몸이 한쪽으로 쏠려서 느릿느릿 불편하게 걸음을 옮기시는데.
실제 화면에 나타나는 시간은 몇 초 정도일 텐데 내게는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어떤 애잔함이랄까, 연민이랄까.
늙고 병든 어머니와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나는 노인들의 실정을 알기 때문에,
노인이 독립적인 생활을 꾸려간다는 게 얼마나 버거운지 짐작할 수 있다.
아마 마을과 꽤 떨어져 있는 상가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시는 길인가.
혼자 살아도 필요한 물품은 많고.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는 도시에서는 그 모든 것을 가게에서 구입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가게들이 집들과 가까이 있고.
온라인 쇼핑이 발달해 자식들이 주문을 대신할 수 있으며.
또 무상으로 배달해주는 가게들도 있어서 노인들이 장보기가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물건을 고르기가 쉽지 않고.
행동이 느리므로 젊은 사람들이 휙휙 지나가고 말이 빠르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더해서 가격 비교라든가, 신제품에 대한 정보가 적고 변화에 적응도 더디기 때문에 효율적인 장보기는 안 되겠지.
키오스크라든가 무인계산대에도 익숙해지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휘청거리고 허리를 펴지 못하더라도 나는 가급적 늙어서도 스스로 장을 보고 식사를 준비하는 독립적인 생활을 꾸려가고 싶다.
고급 실버타운에 들어가야 구박받지 않는다면서 돈, 돈, 돈 해대는 우리 세대가 많은데.
내가 스스로 못하여 남의 손에 기대야 한다면,
제아무리 고급 시설인들 얻어먹는 처지인 건 매한가지.
돈으로 대접을 받으려면 지불한 액수만큼으로 만 보일 뿐,
사람으로, 인격과 품위를 지닌 연륜 있는 노인으로 대우받을 수는 없다.
돈, 돈, 돈-하는 것 이상으로 독립과 자립에 노력을 기울이자.
마지막까지 나 스스로 살아보자, 고 강하게 마음먹자.
얼마짜리 매출액으로 자신을 팔지 말고
사랑과 온유함을 지닌 어른으로 늙어가는 데 마음을 쓰자, 고 외치고 싶다.
얼굴 맞대고는 이런 말 절대 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