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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Nov 08. 2022

내가 양말을 소비하는 방법

끄적끄적

양말을 종종 산다고 며칠 전에 썼다.

일종의 취미생활이다.

당연히 나 혼자 다 신지 못한다.

30년도 더 전에 여행 다니면서 샀던 양말과 스타킹도 그대로 있다.

미처 신을 일이 없었고 누구에게 줄 시점도 놓쳐버린 것들.

보기에는 괜찮다지만 오래된 물건을 누구더러 신으라 줄 수는 없으니,

여전히 내가 신을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양말뿐인가.

문구류, 엽서, 각종 봉투, 손수건들도 고스란히 늙어가고 있음.



필요를 넘는 양말들은 일단 나눈다.

가끔 서랍 정리를 하면서 모아놓은 양말을 대방출하는 시기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나만큼 양말을 즐겨 신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

그래도 몇 개씩 주면 다들 반기더라.


내가 신는 양말은 알뜰하게 마지막까지 그 소임을 다한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외출 때 옷 색깔, 소재와 어울리는 것으로 맞춰 신고.

양말이 탄력성을 잃기 시작하면 집에서 신는다.

집에서 신기 시작하면 급속히 낡게 된다.

신어서 낡은 게 아니라 빨래 등살에 헐고 얇아지는 것이다.

그러면 잘 때 신지.

발에 찐득한 크림을 듬뿍 바르고 헌 양말을 신고 잔다.

침구에 뭐가 묻는 게 싫거든요.


용도마저 끝나면 깨끗이 빨아 창틀을 닦거나 구석구석 더러운 데를 닦아내는 마지막 소임을 마친 뒤.

고마웠다,

만나서 좋았다.

고된 일생이었구나.

세상에 태어나 이만큼 값어치 있는 삶도 없다, 는 나의 진심 어린 헌사와 함께.

역시 쓰고 난 포장재 같은 비교적 예쁜 것에 싸여 쓰레기통으로 이동한다.

좀 더 아름답게 마지막을 장식해주고 싶은데.



양말,

함부로 생각하지 마라.

누가 양말만큼이나 이타적이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는가?


연말이 가깝다.

이번 연말 선물은 양말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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