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면서,
일주일 내내 변함없는 백수면서.
토요일 밤이면 괜히 늦게까지 깨어있고 싶어 진다.
어젯밤, 씻고 누워서 언제나처럼 음악 틀어놓고 책을 좀 읽다가 잠이 들었다.
한 20분 잤나.
다시 자려했는데 왜 자꾸 배가 고파지는 건지.
심지어 토요일 밤에 그냥 잠들어야 한다니, 억울한 기분까지 들려했다.
이런!
결국 일어나 밤을 굽고.
음, 그걸로 모자라는 느낌이어서 떡국떡을 넣어 라면 1/4쯤을 끓였다.
기분 좋게 먹고 포만감으로 배를 탕탕 두드리면서,
푹, 긴 잠에 들 수 있었다.
따라서 오늘 오전은 거의 이불속에서 보냈고.
점심을 먹으면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었는데.
무지 아늑하고 평화로운 기분.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졌다.
아이, 좋아.
그래, 사는 게 그렇다.
현실에 짓눌려 암담하고 무겁다가도
일순간 환한 빛과 고요한 마음이 어디선가 봄바람처럼 살랑 불어와.
그래, 마음을 다잡고 힘을 내어 어렵고 답답한 상황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겠고.
그렇게 그렇게 인생이 흘러가겠지.
크리스마스 캐럴 덕에 좋은 기분으로 밥을 먹고 따끈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문득 인생의 문턱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청춘들이 떠올랐다.
아직 본장은 시작도 안 했는데,
이제 막 내 인생을 시작하는 얼마나 초롱초롱한 새싹들인데.
인생의 좋고 힘든, 그 깊은 강을 미처 헤엄쳐보기도 전에!
슬픔이 목까지 차올랐고.
속이 시커멓게 썩어갈 그 부모님들의 고통에 몸이 떨리더니.
죽음은,
정말이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회복이나 대체가 불가능한 마지막이다.
이렇게 어이없이 보내서는 안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