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차는 달려가고 Nov 11. 2022

건물을 짓다

끄적끄적

미켈란젤로를 시작으로 서양 건축물에 관한 책을 틈틈이 보고 있다.

대성당이나 왕궁 같은 건축물들은 규모가 대단해서 들어간 재화도 엄청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저렇게 대단한 건물을 짓고 치장하느라 쓴 돈을 떠올리면,

재물이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어 가능했던 것이고.

그런 대규모 건축물을 지으면서 기술이 따라왔겠지.


음, 그런데 이 찝찝한 기분은 뭐지?

자신의 이름으로 바벨탑을 남기려는 욕심의 산물이 아닌가?



하여간 대규모 건축물들설계 단계에서 완공되기까지  수백 년이 걸리기도 했다.

공사를 계획한 사람은 벌써 죽고,

돈을 대는 권력자들이 몇 번씩 바뀌고.

실무를 맡은 건축가들도 수차례 바뀌면서 공사 계획은 계속 수정되고 보완되며 덧붙여지기도 한다.

하나의 건물은 세기를 달리하는 구조물들의 결합이어서,

본채는 지난 세기, 종탑은 다음 세기.

나중에 익랑이 덧붙여지고 광장이 조성되기도 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다.

궁이라는 커다란 공간 안에는 여러 채의 집들이 놓여 있어서.

개별 건물들이 시간을 두고 필요에 따라 지어지기도 하고.

불에 취약한 목조건물이라 화재가 나서 사라지기도 하고 또다시 짓기도 한다.

지방에 있는 고택들도 그렇다.

거주와 의례의 필요에 따라 시간을 두고 새로 짓거나 증축하거나.

연못을 팠다가 메우거나 사랑채 위치를 바꾸기도 했다.

폭이 넓고 자유로우며 융통성 있는 건축물이다.

내가 어릴 때 살았던 작은 단독주택도 그랬다.

반듯한 마당 한가운데 방 세 개, 마루, 부엌이 있고 바깥에 화장실이 있던 문화주택은,

살면서 뒷마당에 목욕탕과 방을 덧붙였었다.



반면 현대에 와서 지어지는 건물은 기술의 발전으로 소요되는 시간이 훨씬 적어져 빨리 지으니,

건축주 당대에 계획과 자금 조달과 건축물 완공이 모두 이루어진다.

엄청나게 높고 투명한 유리의 날렵한 모양은 세련되어서 현대성 그 자체다.

매우 기능적이기도 해서 배관과 전선이 촘촘히 들어찬 건축물은 거의 사람이 들어가는 기계라 할 수 있다.

껍데기는 무척 멋지지만 냉난방이나 상하수도 배관은 거의 없던 옛날 건축물들과는 개념부터 달라진 거다.

대신 설계 단계에서 완결된 건물 규모와 구조는 공학적으로 계산이 끝난 것이라서,

더 이상 어떤 확장성도, 변경 가능성도 차단된다.

끝.

지어질 때 모양으로 계속 가야 한다.

용도 변경의 폭도 아주 좁다.


어느 것이 더 발전된 것인가, 의문이 생긴다.

편의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관리와 비용 측면에서 우리는 지나치게 낭비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