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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들로 추론하는 재미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나는 어디로 여행 가든 그 지역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관심이 있어서 시장에 들른다.

지나다니면서 풍경과 사람들도 보지만 가게들도 유심히 본다.

이 작은 나라에서 사람 사는 어디나 비슷할 것 같지만 조금씩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


예전에 온양역에 내렸을 때 역 부근에 양말 노점상이 있었는데,

길바닥에 조르르 펼쳐져 있는 양말 수량이 너무나 적은 거였다.

설마 저게 다겠나, 팔다 남은 거겠지, 의아했는데.

온천 갔다가 밥 먹고 중심가 구경, 시장 한 바퀴 둘러보고 양말 노점의 현실을 수긍했다.

내게 익숙한 서울의 양말 노점상과 규모를 비교하면 안 되는 거였다.

시장 크기가 얼마나 다른데.



작년 봄 영주에 갔을 때 시내에 있는 다이소에 들어갔다가 놀랐었다.

매장 규모도 컸는데 특히 문구류 코너가 면적도 넓고 물건 종류와 수량이 참 풍부했다.

여기 문구류에 오, 이런 제품이 있었어? 감탄했었지.


제주도의 다이소 매장도 규모들이 대단하다.

궁금했지만 들어가 보지는 못했는데,

제주시내 한복판에 6층도 넘어 보이는 건물 전체를 쓰는 듯한 매장이 있고.

서귀포 큰 도로 옆에도 커다란 매장이 있다.


서울에도 남산 쪽 명동 부근에 건물 전체를 쓰던 매장이 있었는데 얼마 전 지나다 보니 폐업했더라.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잘 가는 동네가 아니라서,

음, 관광객 없는 코로나 시대에 운영이 힘들었을 듯했다.

서울에는 동네마다 다이소 매장이 있고 매장마다 취급하는 물품에 차이가 있다.

그러니까 땅값 비싼 서울에는 수많은 소규모 매장들을, 동네 소비자의 특성에 맞춰 운영하고.

상대적으로 땅값은 저렴하나 소비자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은 지방 도시에는 중심가에 대규모 매장을 운영하나 보다, 하는 게 나의 소감이다.



음식점 중에는 삼겹살, 돼지갈비, 횟집, 닭강정, 치킨, 김밥, 떡볶이가 전국 어디서나 많이들 눈에 띈다.

카페도 늘어나고 있다.

벌써 10 년 전쯤,

강원도 정선에 원두커피 가게가 확 늘었던 적이 있다.

강릉 커피숍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정선으로 넘어왔다고.

지금 전국적으로 원두커피를 취급하는 커피숍이 확산 중이다.

외부인으로서는 지역에 가면 그 지역 음식점들이 흔할 줄 알지만,

그 지역 분들이나 다니러 온 외지인이나 전국 어디서나 인기 있는 음식을 더 자주 찾나?, 싶었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발견했는데 제주 시내 주택가 부근에서 중고품 가게를 세 곳 보았다.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청춘들을 대상으로 하는 빈티지한 구제품이 아니라,

정말 중고의 의류나 생활용품들.

비자림의 해설사 분께서 제주도 할머니들이 생활력 강하고 엄청 알뜰하시다던데.

아마 섬이라는 고립된 지형에 더해 검소한 기질과 연관 있나,

혼자 짐작했음.


여행 다니면서 이렇게 가게를 유심히 관찰해서 그 지역의 경제와 시민들의 생활을 상상하면 재미있다.

물론 쉽게 판단하지 말고 추론을 비약하지도 않아야겠지.



이상은 여행자로서의 단순한 소감입니다.

경제전문가, 지역 전문가분들 나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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