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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텅 빈 마을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풍경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름다운 자연과 번영하는 대도시만이 아니라 버려지고 쓰러진 지역도 구경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빈집을 1유로에 준다 해서,

외국인들이 이탈리아 시골 마을에 오랫동안 비어있던 낡은 집을 수리해서 사용하는,

성공적인 사례가 너튜브에 올라오기도 한다.

땅이 넓은 미국에는 산업의 몰락 같은 이유로 버려진 동네가 적지 않은가 보다.

전역에 산재하지만 중부, 남부에 특히 많아 보였다.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이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사랑하고 일하면서 활기찼던 마을들이,

문을 폐쇄하고 또는 구조물이 무너진 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침몰해가는 풍경은 쓸쓸하다.



빈집이라면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다.

서울에도, 지방 도시에도 오래된 구시가지 낡은 마을에는 집의 구실을 못하는 빈집이 꼭 끼어있다.

농어촌은 더하다.

아직은 허리 굽은 노인들이 살아계시지만 아이들 웃음소리는 들어본 지 오래이고

젊은 사람들은 아예 마을에 발을 들여놓지 않으니.

학교가 떠나고 가게가 문을 닫고 한번 잠긴 대문은 열리지 않는 집들이 늘어나고,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구석구석 풀이 무성하여 머지않아 사라질 마을을 예고한다.


그렇게 살던 사람이 떠나 비어버린 집들을 볼 때 좀 신기한 부분이 있다.

살림을 싹 치우고 유리창 덧문까지 닫아 깨끗하게 비운 집도 있고.

사람 살았던 그대로 손때 묻은 말끔한 살림살이들이 고스란히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비어 있는 집도 있는데.

바로 그 이웃에는 바닥에 쓰레기가 나뒹굴고 가재도구들은 아무렇게나 내던져져 있는 집들이 있다.

그렇게 쓰레기들과 함께 버려진 집들이 더 많다.

뉴스에서 가끔 볼 있는 온통 쓰레기로 뒤덮인 집과 비슷하게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집을 떠나기로 하면서 마음이 텅 비어버렸을까.

그래서 집을 전혀 치우지 않고 아무렇게나 살다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집을 떠났을까.

침몰하는 배처럼, 몰락해가는 마을에서 마지막을 기다리며,

심신이 너무 지쳐서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는 지경으로 웅크려 있다가는,

작은 가방 하나 꾸려 도망자처럼 마을을 빠져나갔을까?


심신이 건강하지 못해 환경을 방치하기도 하고.

손길이 안 간 채 내버린 환경이 마음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집과 그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갈 곳을 못 찾아 집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이 우왕좌왕,

집이어도 내가 안식할 수 있는 집이 아니었는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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