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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Nov 18. 2022

집값

끄적끄적

나는 돈 문제에 무능한 사람이라 경제에도 무관심이다.

그래도 지난 몇 년 우리의 집값은 현실에 비춰 볼 때 너무도 비현실이었다.


주변에 집값 얘기가 나오면 내가 이런 의견을 피력하면서 거품이라고 말할 때,

대체로 반응이 좋지 않았다.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랄지.

젭알,

올라라, 더 올라라, 기도하는 판에 쟤는 왜 찬물을 끼얹는가, 불쾌해하는 기분이 전해졌다.



우리가 단독주택에 오래 살아봐서 안다.

산 아래, 비슷한 규모의 집들이 마을을 이룬 마당 있는 2층 집에 이사 갔을 때.

그때는 그런 집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우리가 그 집에 사는 동안,

고급 빌라와 아파트, 처음에는 동부이촌동이었다가 강남의 아파트로 유행이 넘어가면서 강북 지역의 단독주택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단독주택을 원하는 사람이 없으니 팔리지 않는다.

살 사람이 없는데 집값을 얼마 부른 들 무슨 소용이 있나?

그래서 나는 주택의 호가보다 거래량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 몇 년,

기를 쓰고 언론에서 집값이 올라간다고 그렇게 나발을 불었다.

실제 올라간 가격으로 얼마나 많은 집들이 거래되었는지.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집을 팔아 이득을 많이 보았는지,

나는 회의적이다.

건설사에서 빌드업하고, 투기꾼들이 무대에 오르고,

언론이 쿵짝을 울리면서 바람을 잡아대니.

정신이 혼미해진 사람들은 건설사에서 비싸게 파는 아파트에 가능한 미래 소득까지 몽땅 갖다 바쳤다.

투기꾼, 건설 관련 사업자, 중개업자, 건축 관계 브로커들은 신났을지 모르지만.

대부분 집 한 채에 실거주하는 사람들은,

구름 타고 붕 떠올랐다 털커덕 털커덕 다시 떨어지는 중일뿐,

집값 올랐다고 이득 본 것은 없을 것이다.

어딘가에 살아야 하니 말이다.



집값에 몰빵 하면서 우리는 장래도 같이 파묻었다.

산업에 투자하고 기술을 발전시키고 문화를 부흥시킬 재화가 몽땅 시멘트 덩어리에 파묻혔다.

 집을 마련해야 할 젊은 사람들은 치솟은 집값에 좌절하고

힘들게 일해서 손에 쥐는 대가를 우습게 만들어버렸다.

돈은 그렇게 쉽게 벌리는 게 아니란 것쯤은 나도 아는데.


이참에 연희동 빨간 바지 이순자의 투기 시대에 머물러 있던 '집'에 대한 관점이 건강하게 바뀌기를 바란다.

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 아끼고 보살피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길 수 있기를.

살고 있는 집을 사랑하며 행복하면 좋겠다.



우리 경제에 계속 위험 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왜!

언론은 이 문제는 다루지 않는가?

빚 투성이 아파트만 껴안고 우리는 위기의 시기를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나는 불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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