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 사이, 2) 자식이 서운하더라도
끄적끄적
아무리 내리사랑이라지만 부모도 사람이다.
이미 커버린 자식들과 따듯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인간으로서 존중도 받고 이해도 받고 싶다.
만나면 오손도손 옛이야기도 나누면서 정답고 사랑스러운 부모이고 자식이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
부모 자식 간에는 이런저런 갈등과 오해와 기대와 실망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 외할머니는 나이 차이가 큰 남매만 두셨다.
중년에 남편도, 고향도 잃고 남쪽으로 내려오셨으니 마음에 회한이 크셨다.
언젠가 외숙모가 내게,
"형님(우리 어머니를 일컬음)이 어찌어찌해서 할머니가 섭섭해하셨다", 고 말하는 거다.
"잉?"
할머니 서운하게 한 걸로 치면 숙모님은 말할 입장이 아니신 걸로 아는데 말입니다?
외할머니가 며느리 붙들고 딸이 서운하다고 길게 얘기했을 리는 없다.
그저 지나가는 말처럼 딸 얘기 한 마디 했을 뿐인데,
그러고는 당신은 금방 잊어버리셨을 텐데.
며느리는 그걸 반드시 기억하는 거다.
자기는 불효 종결자라도 다른 형제가 부모에게 잘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핏대 올리면서,
이를 두고두고 기억하고 되뇐다.
서운하다던 부모는 버얼써 잊어버렸는데 말입니다.
자식들로부터 받은 서운함으로 치면 외할머니보다
팔 남매를 두신 친할머니가 훨씬 더 컸을 것이다.
나 포함 손주들은 물론이고.
하지만 지나가는 말로라도 다른 자식에게서 받은 서운함은 절대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본인 마음은 더 힘드셨겠는데.
우리 어머니는 친할머니처럼 다른 자식들에게 어느 자식 얘기도 하지 않으셨다.
허물이나 속상한 건 물론,
어느 자식이 잘한 것도 옮기지 않으셨다.
자식이 부모를 서운하게 한 얘기를 다른 형제가 알아서 좋을 일이 없고.
(자기도 마찬가지면서 다른 형제가 부모에게 불손하면 굉장히 화나고 속상하다.)
누가 뭘 잘했다고 말하면 '너도 그리하라'는 압력으로 느낄 수 있으므로.
자식을 낳고 기른 부모들 속을 열어보면 까맣게 타버렸겠다.
이래도, 저래도 자식들은 부모를 비판하면서.
늙어서 기운이 다 빠진 노인더러
당신은 내게 좋은 부모 노릇을 해야 한다오, 요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