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 사이-1) 미안하다 말하지 않는다

끄적끄적

가끔 주부들 많은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시어머니는 물론 친정어머니를 원망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몇몇 딸들이 친정어머니에게 받은 설움이 길고도 깊어서,

지금 잘살거나 힘들거나 상관없이 오랫동안 마음에 품는다.

현재 상황이 안 좋으면 더더욱 원망이 친정어머니에게 향하는 느낌이 있다.

뉴스에서 보는 극단적인 사례 말고 일반적인 부모라도

미성숙한 인격이거나,

지각없고, 사리분별이 떨어지거나.

자기 욕심대로 자식을 끌고 다니거나.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어머니들이 분명 있다.

나쁜 마음은 아닌데 그냥 좀 부족한 어머니들이 있다.

또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그렇게 비난받을 만큼 잘못하지는 않은 어머니들이 있다.

본인도 어렵게 자라서 팍팍한 마음으로 거친 세파를 헤치며 생존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했던 어머니들.

자식한테 고운 표정, 따뜻한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자식들 먹이느라 고달프기만 했던.

그냥 밥 먹이고 학비 대주면 부모 노릇인 줄 알면서.

자식들에게 성질나는 대로 냅다 소리를 지르거나,

조용조용 가르치기보다 비난을 해댔던.

이제 늙어 기운이 빠진 어머니가 딸에게 부러운 남의 자식 얘기를 했다가,

따, 따, 따, 입으로 쏘는 따발총을 맞고 말았다.

자라면서 어머니에게 서러웠던 딸이 늙은 어머니에게 지난 일을 꺼내어 넋두리하면서.

미안하다, 잘못했다, 사과를 요구했는데.

어머니는 끝내 자신의 잘못을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는 글이 있었다.

이에 대해 딸 입장을 동조하면서 친정어머니를 비난하는 여러 개의 댓글이 달렸더라.

내가 보기에는,

자기 어머니의 됨됨이와 살아온 인생행로를 알 텐데.

그러면 어머니에게 기대할 만한 수준도 알 텐데, 

여전히 어머니에 대한 높은 기대가 있구나, 싶었다.

(어머니 말고 딸이 문제가 크고,

적반하장인 경우도 적지 않다, 는 경우도 염두에 두자.)

어머니가 많이 부족했다는 가정 하에 그 어머니 입장을  대변하자면,

1) 내면이 허약하여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한다.

2) 고생하고 산 엄마를 보고 자라서 내편이 되어야 할 자식, 더구나 딸이 오히려 나를 비난하고 사과하라니 원통하다.

3) 내가 잘난 어머니는 아니라도 나로서는 할 만큼 했다. 그러니 내가 한 것은 생각 않고 잘못만 콕 집어 나를 죄인 취급하는 딸이 너무하다...

-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나 포함 많은 자식들이 부모에게 쉽게 미안하다 말하지 않는다.

물론 자잘한 잘못에는 생글생글 웃으며 '미안^^', '죄쏭'을 남발하지만.

진짜 미안하고 잘못한 것에는 되려 삐죽거리며 입을 다문다.

이럴 수 있는 데는 아마 자식이라는 절대 권력 때문이 아닐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나를 낳았으니 책임 지시요!" 하며 뻗대는 심정이 있는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들이 흙수저 운운하며 받은 거 없다고 부모 원망할 때.

왜 당신은 더 훌륭한 사람이 아니냐고 비난할 때.

쓰디쓴 입을 꼭 다물고 고개 돌리는 부모 심정은 이럴 것이다.

"너도 자식 키워 봐라, 인생이 마음대로 되는지.

내 딴에는 너한테 할 만큼 한 거다."

그렇다.

자식은 부모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도

"맘대로 나를 낳은 사람은 부모요", 하는 핑계가 있고.

부모는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더라도

그 잘못을 덮을 만큼 큰 것,

너를 위해 내 인생을 바쳤다, 는 엄연한 사실이 있다.

부모도, 자식도 서로에게 미안하지 않다.

할 만큼 한 거다.

모자라고 허물 많은 '나'라는 사람이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