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면서 생활 방식이 정해지고.
그러면 다니는 곳, 만나는 사람, 접촉하는 정보의 성격 등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이 고정되기 쉽다.
일상적인 범위 바깥의 새로운 것을 접하려면 시간이 들고, 에너지와 마음의 동요가 소요되며,
대부분 비용이 추가된다.
그러니 일상을 보내기에도 빠듯한 현대인들은,
80년을 살아도 다람쥐 쳇바퀴, 매양 같은 자리를 맴돌다가.
어느 날 문득, 하,
인생의 협소함을 깨닫고는 벗어날 수 없을까?
- 방황하는 것이다.
시간 면에서는 자유롭게 살아온 나도,
비용과 체력, 용기, 도전 정신 같은 심리적인 이유로 밥을 먹고 청소하고 씻고 자는,
일상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왔다.
여행 가는 것이 나로서는 외출의 최대치.
대신 책을 읽으면서 '나'라는 좁은 범위를 벗어나려고는 하는데.
책과 더불어 요새는 인터넷으로 세상의 정보를 접할 수 있으니.
예전보다 쉽게 머릿속에서 상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지만.
사실 내가 고르는 책이란, 정보란,
결국 '나'라는 사람의 취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태어날 때 이미 타고난 성향, 자라는 환경이 한 인간이 평생 살아가는 범위를 결정짓는가, 싶다.
어릴 때는 젊어서부터 너른 세상을 주유하며 많은 것을 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진리를 깨우치고야 마는 현인을 동경했다.
작은 가방 하나 둘러멘 방랑자가 되어 바람처럼 세상을 떠돌고 싶었다.
그러는 한편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 소설의 한 주인공인 '미스 마플'처럼,
작은 동네에서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가 좁은 마을에서 몇몇의 동네 사람들만 만났음에도.
인간의 밝고 어두운 속성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그 모습도 본받고 싶었다.
코로나로 몇 년, 만남과 이동이 어려운 고립의 시간을 살았다.
다시 해외여행의 빗장이 열렸고
많은 사람들이 떠나거나 준비를 하거나 해서 여행 가방을 꾸리는데.
장소만 바꾸는 게 아니라 일상의 범위를 벗어나 다른 세상을 만나고.
그래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깊이를 더하는 기회로 만들면 좋겠다.
아, 그냥 며칠,
그동안 쌓인 정신적인, 신체적인 피로를 풀고만 와도 좋아요.
독소를 모두 씻어버리고 말끔한 심신이 되어
개운하게 일상의 범위로 돌아오는 것만도 충분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