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중학교 때 포기했었다.
다른 언어를 배우려면 시간을 들여 일정하게 연습하는 꾸준함이 필수인데.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어릴 때는 특히,
무엇이든 즉석에서, 저절로 알게 되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
금방 깨우칠 수 있는 수준에서 만족하여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욕이 전혀 없는 나 같은 경우,
들은 자리에서 이해된 것 또는 자주 접하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된 것 이상을 뛰어넘지 못한다.
영어, 독일어, 일어- 내가 시도했던 언어는 모두 밑바닥에 그치고.
한자는 초등학교 입학 전, 어른 신문을 보면서 저절로 익힌 수준으로 평생을 살고 있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보면 외국어는 필수이니...
영어라도 배우자고 몇 군데 어학원을 다녔다.
예습, 복습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라 발전은 없었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선생님들이 있다.
내게는 영국문화원 선생님들이 좋았다.
외국어를 배울 때, 문법만 따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면, 어디나 수업시간에 교재를 기본으로, 교재에 나온 여러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영국문화원의 한 선생님은 중년의 남자분이었는데
아마 세계여행을 하시던 분이 아니었나, 싶다.
커다란 지도를 걸어놓고 장소에 관한 대화를 자주 이끌어내셨다.
나도 다른 지역과 지리에 관심이 많았으니 수업에 흥미를 느꼈고,
그래서 지루하지 않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외국어를 배운다 함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고,
무엇을 말할 것인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하는 나의 얘깃거리가 있어야 한다.
내 안에 먼저 생각이 있고, 호기심이 있고,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이 있어야 한다.
외국인과 사랑을 하게 되면 언어 실력이 펄쩍 뛴다고 하지 않나.
우리나라에서 외국어, 특히 영어에 대한 열망이 간절하여 아기 때부터 영어 교육에 열심인데.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므로,
소통할 만한 콘텐츠를 먼저 머릿속에 키워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외국어를 아무리 기계적으로 배운 들,
나의 내면에서 우러나는 호기심과 지식이 없다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먼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생각을 하고, 독서를 하고, 경험을 하여.
나를 벗어난 더 큰 세상을 알고 싶다는 진지한 열망에서 표현과 소통의 도구인 언어를 잘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다.
또 머릿속에서 생각을 해야 하므로,
구름 같은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해주는 언어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태생부터 양국 언어를 동시에 익히는 환경이 아니라면,
모국어인 한국어로 생각을 확실하게 형상화할 수 있어야 언어생활이 원활하지 않을까.
나의 결론은 우리의 모국어인 한국어부터 확실하게 하자, 는 진부한 이야기.
또 언어는 나의 하고 싶은, 듣고 싶은 이야깃거리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점.
상황이나 생각에 적절한 어휘를 떠올리는 것만도 그냥 되지 않는다.
갑자기,
요새 사람들 문해력이 떨어졌다는 의견이 떠올라서 오늘도 중얼중얼해봅니다.
11월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