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쉽게 차려먹은 아침밥, 26편, 명란계란밥, 떡갈비
음식에 관한 단상들
어제 오후에 병원 정기 진료와 도서관에 다녀오고 뻗어버렸다.
많이는 먹었지만 점심이 일렀던 터라 집에 돌아오니 허기졌는데,
저녁을 차려먹을 기운은 없었다.
들어오면서 사 온 빵과 과일을 먹고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네.
중간에 여러 번 깨면서 오래 자고 일어난 아침.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푸짐하게 먹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다고 아침부터 몸을 움직여가면서 음식을 만들겠다는 의욕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음.
어제저녁에 밥을 하려고 미리 씻어둔 쌀은 있었다.
손쉽게 가자.
뚝배기에 쌀을 담고 밥을 한다.
물이 줄어들 때쯤 끓는 물을 조금 보충했다가
다시 물이 잦아들 때 계란 하나 툭, 깨어 넣고,
남아있던 명란젓 모두 털어서 톡톡 잘라 밥 위에 얹고는,
조르르 참기름을 두른다.
이미 미니오븐에서는 냉동실에 있는 시판 떡갈비 한 덩어리가 익어가고 있으니.
김을 구워 자르지 않고 포장한 곱창김은 봉투를 8등분으로 접어서 김 조각을 밀폐용기에 담는다.
(구워서 파는 전장김은 가위로 자르기보다 포장째 꼭꼭 눌러 접는 편이 부스러기가 덜 나온다.)
김치도 한 접시.
뚝배기에 담겨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뜨거운 명란계란밥에,
가지런히 담긴 배추김치,
지글지글 구워진 떡갈비에 접시에 덜어낸 고소한 곱창김.
그렇게 만찬 같은 묵직한 조찬이 차려졌다.
밥이 많았지만 끝까지 맛있게 먹었다.
역시 갓 지어낸 쌀밥이란, 쵝오!
녹차 한 잔 우리고.
배가 부르니 한참을 쉬었다가 엿 몇 알.
그릇 씻고 나서 귤과 사과를 먹었습니다.
푸짐한 아침밥이었네요.
가끔은 이렇게 묵직한 아침밥을 먹고 싶을 때가 있어요.
오늘,
다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느긋하게 푸짐한 밥상을 받기를 바랍니다.
생활이 우리를 궁지로 몰아내지만,
그래도 용기 내어 견뎌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