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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바다
마음에 남은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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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달려가고
Oct 27. 2022
날이 흐리다.
얕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남쪽 바다를 보러 아침에 한라산을 넘어간다.
한라산의 동쪽, 성판악 부근을 지나는 버스를 탔다.
작년 제주도 여행은 10월 말부터 11월 중순이어서 한라산에 단풍이 들었었는데,
지금은 아래쪽에는 녹음이 바랜 정도이고,
산을 올라오니까 부분 부분 단풍이 들고 있었다.
정상은 단풍이 짙어졌겠지.
서귀포도 흐리다.
항구.
낭만적으로 그려지지만 사실 항구는 치열한 현실이다.
지금 잔잔한 부두 안에 정박해 있는 이 작은 배들은 곧 망망대해로 나가 풀잎처럼 흔들리겠지.
서귀포 앞 너른 바다.
흐린 날 큰 바다는 뭐랄까, 처연한 느낌이 든다.
오전에는 이렇게 날이 흐렸는데,
오후 들어서면서 해가 나왔다.
금세 화창한 초가을 날씨가 되어버림.
서귀포 거리에서 한라산 정상이 또렷이 보인다.
비행기 타러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
이번에는 한라산의 서쪽 금악오름 부근을 지나는 버스를 탔다.
이 길은 좀 번잡한 지역을 지나가는데 대신 서쪽 해안가 동네가 환히 내려다 보이는 조망이다.
버스 유리창이 얼룩져 사진을 안 찍었는데 풍경 보는 재미가 있음.
시내로 들어서면서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길이 밀렸다.
젊었을 때는 약속 시간에 매번 늦었던, 참 안이했던 사람인데.
나이 들면서 아슬아슬한 게 싫어 이제는 시간 여유 있게 움직인다.
안 그랬으면 오늘 같은 날,
비행기 출발 시간에 늦을까 식은땀 좀 흘렸겠다.
오늘도 터미널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멀리 비행기 앞에 갔는데,
무슨 일인지 문을 열어주지 않아 승객들이 줄 서서 기다렸다.
그새 모두들 사진 찍느라 불만은 없었음.
공항 바깥 한가운데에 이렇게 비행기 앞에 줄을 서서.
환한 날씨, 한라산도 찍고.
바다 방향도 찍는, 나 포함 승객들.
신기하게 승객들이, 연령대 불문, 여성들이 절대다수였다.
50시간 동안 나로서는 full power로 움직였네.
매일 돌아다니는 여행은 2박 3일이 나의 최대치.
이를 넘어서면 쉬어야 하는 저질 체력이라 2박 3일 아니면 일주일 이상 여행이 내게는 효율적이다.
이제 돌아왔으니 에너지가 다시 채워질 때까지 와식 생활이닷.
힘들었지만 참 좋았다.
현실의 어떤 것도 의식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더해서,
바다 부근에 있는 서귀포 성당이 무인 카페를 열었더라.
널찍하고 의자 큼직하고 조용하고 깨끗하고 무난한 맛이다.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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