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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Nov 27. 2022

과학을 구경하다

책을 기록함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곰출판



중, 고등학교 다닐 때 수학은 잘했지만 과학 과목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나이 들어 수목원에 구경 다니면서 처음으로 수목원에서 일할 수 있는 자연과학을 전공했어도 좋았겠다, 는 생각을 해보았다.


과학 분야까지 나의 독서 범위가 확장된 데는 과학을 다룬, 문장이 뛰어난 책들을 읽으면서부터였다.

물리학자 파인만을 소개한 레너드 믈로디노프의 책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를 재미있게 읽어서,

우리말로 번역된 파인만 관련 책들을 모조리 찾아 읽었고.

10권으로 완역된 <파브르 곤충기>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무엇보다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책들은 내게 큰 감동이었다.

유려한 문장 속에 담긴 그의 인생 이야기와 생명체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나를 자연과학 세계로 이끌었달까.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의 광대한 세계를 궁금해하게 되었고.

자연을 다루는 학문 역시 인문학만큼이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탐구하고, 진실을 알아내며, 숨겨진 구조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열망이 이끌어가는 철학적인 세상이었다.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지은이는 과학 분야를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고 과학에 관한 글을 쓰는 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의 구성이 방송 매체의 프로그램 구조와 비슷해 보인다는 소감이 들었다.

책은 자연과 생명체에 관한 진실과 함께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생물학의 권위자였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의 연구와 사고체계, 행동을 소개하며.

자연을 다루는 학문과 인간의 심리 연구 등. 인간과 자연을 탐구한다.

더해서 인간과 학문의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가치를 질문하며,

책의 이런 내용은 지은이 자신의 문제와 겹쳐져 진행된다.

내용이 전문적이며, 구성이 다소 작위적이고 복잡하다, 싶었지만.

다루는 주제와 글에 흡인력이 있어서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다.

신간이고 인기도서인 만큼  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



내게 인상적인 몇 구절 소개합니다.


수집 습관이 모종의 “박탈 혹은 상실 혹은 취약성”이 발생한 후 급격히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으며, 새롭게 하나를 수집할 때마다 수집가에게는 폭발적인 도취감을 주는 “무한한 힘의 환상”이 흘러넘친다고 말했다. 그라나다 대학에서 수년 전 수집가들을 연구한 프란시스카 로페스-토레시아스(Francisca López-Torrecillas)는 스트레스나 불안을 겪는 사람들이 수집에 의지해 고통을 달랜다며 비슷한 현상을 지적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의 무력함을 느낄 때는 강박적인 수집이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뮌스터버거가 지적하듯, 유일한 위험은 여느 강박과 마찬가지로 수집 습관이 “신나는” 일에서 “파괴적인” 일로 바뀌는 어떤 지점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31쪽)

-  필요를 넘어서는 현대인의 취미인 쇼핑과 수집의 비밀이 바로 이거임.



가장 강력한 형태의 타격을 가해올 때도 그 종이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다윈은 무엇을 꼽았을까? 바로 변이다. 행동과 신체의 특징에 변화를 일으키는, 유전자에 생긴 변이 말이다.

동질성은 사형선고와 같다. 한 종에서 돌연변이와 특이한 존재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은 그 종이 자연의 힘에 취약하게 노출되도록 만들어 위험을 초래한다. 다윈은 《종의 기원》의 거의 모든 장에서 “변이”의 힘을 칭송한다. 그는 다양성이 있는 유전자 풀이 얼마나 건강하고 강력한지, 서로 다른 유형 개체 간의 이종교배가 그 자손에게 얼마나 큰 “활력과 번식력”을 만들어주는지, 심지어 완벽하게 자기 복제할 수 있는 벌레들과 식물들까지도 새로운 변이형을 만들어낼 수 있게끔 유성생식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사실들은 정말로 이상하구나!” 하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이따금이라도 서로 다른 개체와 교배하는 것이 유리하거나 필수 불가결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사실은 아주 간단히 설명된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당신의 유전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라”가 될 것이다. 상황이 바뀌면 그 상황에 어떤 특징이 더 유용하게 적용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다윈은 간섭하지 말라고 특별히 강력하게 경고한다. 그가 보기에 위험한 것은 인간의 눈에서 비롯된 오류 가능성,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이다. (187, 188쪽)

- 내가 늘 생각하는 점인데, 살아가면서 삶의 목표를 단 한 가지만 갖지 말라는 게 나의 주장이다.

이를테면 오직 사회적 성공만 향하는 사람은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절망하고 삶의 의미를 놓친다.

이루어져도 그것 말고는 다른 삶의 가치를 모르는 빈약한 인생이 될 수밖에 없다.

돈이나 성공만이 아니라 함께 하는 가족, 취미, 사회적 윤리나 인간적인 성숙, 여행, 생활 그 자체를 즐기는 것, 등등 여러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면 인생의 폭이 풍부해지며.

그중 어느 하나가 무너져도 다른 것들이 자신을 지탱하게 해 준다.



우리가 어류에 대해 해온 일이... 수많은 미묘한 차이들을 “어류”라는 하나의 단어 아래 몰아넣은 것이다.

(240쪽)

- 우리가 부르는 "어류"는 학문적인 용어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물속에 사는 동물적인 생명체를 통틀어 일컫는 단어일 뿐이란다.

생물학에 "어류"라는 분류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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