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가까워져서인지 그레고리오 성가가 듣고 싶어졌다.
그래서 요즘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고 나서는,
방에 부드럽고 동그란 빛을 밝히는 작은 스탠드를 켜 두고
그레고리오 성가를 나직이 틀어놓는다.
평안해진다.
누워서 책을 읽다가 소르르 잠이 들지.
얼마 못 자서 깨나기는 하지만.
신기한 게 그레고리오 성가를 틀어두면 공간 전체가 엄숙해진달까 경건해진달까.
마음도 차분하고 담담해진다.
분위기 청정기라 할 만하다.
언제나 현실은 만족스러울 수 없고
이런저런 걱정거리들이 마음을 어지럽히지만.
그럼에도 오늘,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었고 깨끗한 환경을 지켰으며,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평화로운 기분으로 잠들 수 있어 고맙다는 마음이 절로 우러난다.
마음의 주름이 펴지는 느낌이다.
올해도 계획과 포부는 있었으나 행동은 굼떴다.
때로 답답하고 망연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마음의 평화는 지킬 수 있었다.
다행스럽다.
그래, 몸은 이만하고 마음은 지켰으니.
괜찮다.
내년을 기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