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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Dec 16. 2022

망자의 원혼

끄적끄적

내가 오래전에 무속에 관한 강의를 들었을 때.

우리나라에 망자를 위로하는 다양한 형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젊었던 나는 망자를 잃은 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행사라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라...


살아서 겪은 모든 슬픔과 설움과 괴로움을 훌훌 떨치고 세상에 원한을 남기지 말고 망자가 저 멀리 떠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망자의 죽음이 억울하고,

고통과 증오심을 여전히 품고 있으면 저승으로 가지 못하며.

그 영혼이 이승을 떠돌면서 살아있는 사람들을 해코지한다는,

다소 이기적인 민간신앙이었다.



절에서는 49재를 지내는데 이게 당일 하루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매일 상식을 올리고 매 7일마다 작은 재를 지내며.

49일째 되는 날,

마지막으로 망자의 혼을 저승으로 보내는 큰 재를 올린다.

또 때마다 죽은 조상의 영혼이 평안하기를 바라는 재도 있고.

그 밖에도 수시로 죽은 이를 위해 초를 켜고 기도 올리는 갖가지 행사가 있다.


무속에서도 죽은 이를 위한 굿을 지낸다.

산 자의 부귀영화를 위해 올리는 굿도 사실은 죽은 조상들에게 밥상을 잘 차려 먹이면서,

후손이 잘 되게 해 달라고 비는 내용이다.

바닷가 지역에 민간신앙, 무속이 강한데 이는 집 밖에서 비명횡사한 사람들이 많은 지역 특성 때문에 그렇다.

그러니까  밖에서 사고로 죽은 이들은 특히 억울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죽음을 더 위로하고 영혼을 달래야 한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믿음이었다.



오늘이 이태원 참사 '49재'란다.

죽은 이들을 위해 말도 삼가고 조심조심 영혼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그들의 영혼이 가볍게 이승을 떠나 저승까지 무사히 닿도록 기도해야 하는데.


죽은 이들의 원한을 깊게 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을 제발 해코지해달라는 듯,

못된 언행이 너무나 많다.

민간신앙은 그런 사람들이 더 믿더구먼.

복을 구하거든 먼저 억울함이 없게 해야 한다.



돌아가신 이들이 안식을 얻기를 기도드리며

가족들께 위로의 마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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