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쉽게 차려먹은 아침밥, 4편, 수프와 호밀빵
아침을 맞이하는 의례
종일 집에 있는 날은 점심을 늦게 먹게 된다.
아침식사를 느릿느릿 푸짐하게 먹은 데다 소모된 열량이 적으니 오후 늦어야 밥 생각이 나거든.
그러니 저녁은 가볍게 먹는다.
반면 외출하는 날은 저녁밥을 많이 먹게 된다.
외출하느라 점심이 부실할 수도 있고
나갔다 오면 힘들어서 저녁을 잔뜩 먹어버리니.
잘 때까지 속이 부대끼고
아침이 되어도 배고프지 않다.
외출도 하지 않았는데 저녁을 잔뜩 먹는 날도 있다.
아니, 이건 뭐람.
속이 부대낀다고 오만 인상 다 쓰면서 말이지.
오늘이 그렇게 저녁을 잔뜩 먹고 잔 다음 날 아침이라,
배고프지는 않으나 뭐라도 먹어야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니...
가볍게 가자.
레트로트 크림수프를 꺼내어
내용물을 그릇에 덜어 전자레인지로.
호밀빵은 한 귀퉁이 뜯어 미니오븐에 따뜻하게 구워
도톰한 버터 조각을 얹는다.
홀짝홀짝 수프 한 숟가락,
빵 한 입 오물오물.
며칠 전 갓 내린 커피가 맛있어서 한 잔 더 내려 마시고는 문제가 생겨,
당분간 커피는 안 마시기로.
대신 따끈하게 메밀차를 마시고.
그릇 씻고 좀 쉬다가
사과, 귤, 단감 몇 조각씩 덜어 플레인 요구르트를 잔뜩 얹고.
할랑할랑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마지막으로 아몬드 몇 알 오도독 잡수시고요.
음.
점심은 뭘 먹을까, 생각했다.
아침을 가볍게 먹은 날은 점심시간이 빨라지고 식사량도 늘어난다.
아,
종일 먹는 생각.
나도 이제는 위장을 뛰어넘고 싶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