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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없는 월요일, 2편, 버섯밥, 시래깃국

음식에 관한 단상들

by 기차는 달려가고

몸이 좋지 않아서 계속 먹고 자고 또 먹고 잠이 드는 나날이다.

푹 자는 건 아니나 의식은 없...

배가 아프건 말건 속이 부대끼든 말든, 잘 먹고는 있습니다.



아침이다.

눈을 떴으면 먹어야 한다!

바삭한 누룽지와 두유 한 통을 꺼낸다.

두유에 누룽지를 말아먹으면 오돌오돌, 고소하니 맛나다.

이때 누룽지는 얇고 바삭바삭한 것이어야 한다.

두껍고 딱딱한 누룽지는 오래 끓여서 죽처럼 먹기에나 적당하다.


그릇을 닦고 쉬었다가 껍질 벗긴 토마토 한 개를 얇게 저며서 먹었다.

그리고 따끈하게 율무차 한 잔.


그런데 좀 모자라는 느낌이라,

날밤을 집어먹다 보니 열 개쯤이나 먹고 말았네.

아, 속이 안 좋은데 말입니다.



아침식사를 마친 뒤에 청소하고 씻고 쉬다가 음식을 만든다.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어 시래기를 넣고 푹 끓이다가 된장을 풀어 한참 더 끓인다.

냄새부터 맛있는 시래깃국.

한편 전에 사둔 버섯밥 만드는 키트에서 여러 종류의 마른 버섯과 마른 채소 한 움큼 덜어 물에 불려서,

쌀 위에 얹어 버섯밥을 지었다.

마른 새우는 기름 조금만 넣은 팬에 살살 볶고.


그래서 늦은 점심으로

뜨끈한 시래깃국에,

양념장 섞은 갓 지은 버섯밥에,

마른 새우볶음에,

배추김치는 다 먹었으니 갓김치로 밥상을 차렸다.

맛있어, 아, 맛있어.


사과 먹고.

코코아 한 잔 마시고.

그래서 배 고프지는 않으나 약을 먹어야 하므로

저녁에는 남은 시래깃국을 뜨끈하게 데워서 한 그릇.

버섯밥은 되려 반찬처럼 조금씩 떠먹었다.

식어도 맛있음.



* 월요일의 그린라이프;


1) 아보카도-

한동안 유행이었던 아보카도는 사실 환경에 큰 부담을 주는 과일이다.

재배하는 데 엄청나게 많은 물을 소비하고,

특히 더 많은 화학비료와 농약, 살충제가 투입된다.

더해서 생산지 남미 지역에서 우리 손에 닿기까지 이동하는 동안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신토불이'는 건강을 위해서도, 환경을 위해서도 필수.



2) 에코백-

면 직물로 만드는 에코백은 그린 라이프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목화를 재배하는 동안 막대한 양의 비료와 살충제가 투하되어 토지와 수질이 오염되고.

면 직물로 제품화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며,

화학 물질을 대량 소비하여 수질 오염을 더한다.

면 티셔츠, 청바지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되도록 환경오염이 덜 한 유기농 면을 사용하고

한번 사면 오래 입고, 사용하자.



3) 쓰레기섬-

태평양에는 한반도 면적의 7배나 되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 떠다닌다고 한다.

전체 쓰레기 양은 8만 톤이 넘고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추정된다는데.

어쩔!



히말라야 같은 높은 산, 또는 인적 드문 오지를 여행하는 콘텐츠를 볼 때,

방문자들을 위해 코카콜라 같은 도시의 맛과 편의물품이 대량으로 운반되고 소비되는 풍경을 본다.

그렇게 들어가는 물건들이 남기는 쓰레기가 얼마나 많을 것이며.

팔기 위한 제품은 돈 들여 운반하지만,

배출되는 쓰레기는 제대로 처리되는지...

언젠가 환경은 우리에게 그 고지서를 내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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