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없는 월요일, 1편, 잡채, 두부구이

음식에 관한 단상들

고기 없는 월요일이 돌아왔다.

매 월요일에는 아침밥만이 아니라 종일 먹은 메뉴를 간추리려고 한다.

설날이라고 잔뜩 먹은 데다가 나름 가사노동으로 수고한지라 월요일에는 느지막이 일어났다.

그래서 점심밥이 첫 끼가 되었네.

심히 배가 고프니 얼른 밥상을 차리자.

설을 쇠어 냉장고에 뭐가 많다.

설날 먹을 잡채를 만들면서 당면, 채소와 버섯을 따로 담아두었다.

그래서 고기 없는 잡채? 랄까 당면볶음?이랄까,

팬에 당근, 양파, 시금치와 표고버섯, 당면을 볶고.

넓적하게 자른 두부는 들기름에 구웠다.

더해서 내가 애정하는 보들보들 문어는 먹기 좋게 자르고.

반찬이 많아 밥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할 테니 누룽지를 끓이자.

그래서 고기 없는 잡채에,

잘 익은 배추김치는 접시에 나란히 담고,

노릿노릿 고소한 구운 두부에,

말랑말랑 씹히는 문어숙회는 초고추장에 콕 찍어서.

그 사이사이 뜨끈한 누룽지를 입가심처럼 한 입씩 먹었다.

시원하고 달달한 배로 풍성한 밥상을 마무리하고

조화롭고 화려한 밥상 출연진께 감사드렸습니다.

낮에 배불리 잘 먹었더니 저녁은 가볍게 먹고 싶어졌다.

냉장고에 있는 국은 고깃국이라 내놓지 않고.

그래서 갓 지은 현미밥에

살짝 짭조름한 명란젓은 굽고.

구운 곱창김과 울외장아찌로 저녁 밥상을 차린다.

따끈한 보리차를 홀짝이며

간소하고 조촐한 밥상은 담백하고 순한 맛이어서 마음이 흡족했다.

곶감 두어 개 먹고요.

포도도 몇 알 먹었어요.

그렇게 맛있는 '고기 없는 월요일'을 보냈답니다.

* 월요일의 그린 라이프;

1) 투명 페트병은 일반 플라스틱과 별도로 분리수거를 한다.

생수병이나 일부 우유병이 이에 해당되는데 활발하게 재활용되는 품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페트병의 분리수거가 충분하지 않아서 (재활용)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일본에서 내버린 페트병을 수입해왔다고 한다.

요건 못 참지!

2) 가정에서 나오는 폐식용유,

업소에서 나오는 폐식용유는 따로 수거를 하는데 가정에서는 폐식용유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음식 만들고 남은 식용유나 요리 중에 나온 기름기를 그냥 하수도에 흘려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게 흘러간 기름기는 배수로에 끼어 하수구를 막기도 하고.

강이나 바다로 흘러들어 수질 오염을 일으키며.

물 위에 기름막을 형성하여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

예전에는 일본 여행에서 기름 응고제를 사다가 남은 기름을 응고시켜 일반쓰레기로 버렸었는데.

지금은 일단 집에서 튀김은 하지를 않아 폐식용유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요리 중에 나온 기름 종류는 어차피 재활용이 안 되는 작은 코팅된 종이 상자에 폐휴지를 가득 구겨 넣고 기름기를 따라 버린다.

만약 집에서 폐식용유가 많이 나왔다면 비누 만들기를 권한다.

찌꺼기를 채에 걸러서 가성 소다와 성의만 있다면,

만드는 방법 자체는 쉬워 보인다.

3) 아이스팩, 즉석밥, 과일 보호망

택배와 배달이 일상화되면서 아이스팩과 즉석밥 용기가 집에 쌓인다.

기존의 비닐 포장 아이스팩은 당연히 재활용이 안 되고,

포장을 벗겨 내용물을 꺼내 말려서 버려야 옳다.

원칙적으로는, 그래서 손이 많이 간다.

친환경이라고 요새는 맹물을 넣어 얼린 종이 재질의 아이스팩을 사용하는데,

이 포장재 종이도 안쪽 면에는 방수코팅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대로는 재활용이 어렵다.

포장재는 일반쓰레기로 버리고 안에 들어있는 얼음은 녹으므로 하수도에 버린다.

즉석밥 포장용기에는 ‘other’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원래 ‘other’란 표시는, 재활용은 안 되지만 에너지 재활용은 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즉석밥의 경우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좀 복잡함) 때문에 일반 쓰레기로 버린다.

언뜻 보면 스티로폼 재질 같은 과일 보호망은 재활용이 안 되어 일반 쓰레기로 버린다.

가정에서 용도를 찾아 한 번이라도 더 사용할 수밖에.

분리수거의 길은 다소 번거롭고 쉽지 않다.

하지만 쓰레기 처리 문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사활이 걸린 사안이다.

귀찮더라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