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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an 29. 2023

집 짓는 이들

끄적끄적

나는 유튜브에서 풍경을 가장 많이 보지만

집 짓기에 관한 콘텐츠도 종종 둘러본다.

자신이 머물 만한 조그마한 거처를 스스로 짓는 콘텐츠들이 특히 재미있다.


우리나라에도, 해외에문외한인 건축주가 스스로 집을 짓는 콘텐츠는 많은데.

도시의 제반 시설이 갖춰진 이 아니라,

외따로 떨어진 곳에 자연적인 소재로 혼자 지어가는 작은 집들에 시선다.



건축주는 대부분 건장한 남자지만 여성도 다.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흙을 쌓아 올리거나,

통나무 또는 판자로 벽을 세우거나.

돌을 깨서 차곡차곡 쌓아 올리거나 드물게 땅을 파고 들어가는 집을 본 적도 있다.

직접 가마를 지어서 흙을 이개어 구운 벽돌로 한 장 한 장 집을 는 경우도 보았다.

대단해.

전기도, 상하수도도, 인터넷도 없는 곳이다.


등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커다란 개를 앞세워 산을 올라온 집주인은,

삐그덕 출입문을 열어 짐을 내려놓고는.

우선 추위를 가시기 위해 벽난로에 불을 지피

물동이를 들고 샘에 가서 물을 길어온다.

작은 실내에는 나무로 짜놓은 침대와 선반.

그리고 음식을 할 수 있는 조리대.

벽과 벽이 만나는 모퉁이에는 빛과 열을 뿜는 벽난로있다.

그 앞에 의자 하나 놓여있고 말이지.



그렇게 방 한 칸짜리, 서툴게 지은 집에서는 먹고, 자고, 쉬는 행위만 할 수 있다.

생활의 모든 점이 불편하지.

그러나 그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누릴 수 있는 정적, 홀가분함, 외로움, 자연의 소리를 오롯이 즐기는 것이다.


마음 편한 개는 벽난로 앞 깔개에 몸을 눕히고.

주인은 흥얼흥얼 당근을 깎고 감자 껍질을 벗기면서

커피를 내리고 소시지를 굽는다.

깊은 산,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앉아 있는 것이다.

'나만의 동굴'이랄까.


멀고 먼 옛날,

헤아릴 수 없이 먼 옛날에 우리의 조상이 뚝딱뚝딱 나무를 자르고, 풀을 덮어 비바람을 피하고.

부싯돌로 불을 피워 끼니를 해결했듯이.

가장 본질, 원초적인 필요만을 구하며 일체의 군더더기를 배격하면서.

태곳적부터의 생존 본능으로 한때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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