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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an 26. 2023

공상가의 백일몽

끄적끄적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던가 히말라야 트레킹이라던가,

아니면 중앙아시아의 고산지대나 파키스탄의 훈자 지방을 여행하는 영상들을 종종 본다.

개인의 경험을 기록하는 여행자들이 풍경보다 자신의 행적에 주안점을 둔 영상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나는 여행 정보나 남의 생김새보다는 낯선 풍광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


이리저리 콘텐츠를 찾아 헤매면서 풍경 위주의 영상을 찾아내어 열심히 본다.

여행자 중에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보이는 풍경에 열성인 사람들이 가끔 있다.

고마워요^^



그렇게 낯선 곳의 풍경과 사람들보여주는 영상에 푹 빠져서는 실컷 보다가,

그 안에 담겨있는 나를 공상한다.

설산이 바라보이는 풍경 속에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걸음 한 걸음 힘들게 발을 내딛는다거나.

 해가 떠오르는 어스름한 새벽에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들판, 길을 나선다거나.

간신히 비바람을 막은 허름한 집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 만들어 준 이국의 음식을 먹고 있다던가 하는,

그런 먼 풍경 속의 나를 상상하는 것이다.


상상 속의 나는,

열어놓은 창문으로 먼지가 풀풀 날리는 낡은 버스로 하루종일 울퉁불퉁 벼랑길을 달리는 중이기도 하고.

무거운 배낭을 등에 짊어지고는 부슬부슬 빗속을 터덜터덜 기도 한다.

마차푸차레 봉우리가 보이는 히말라야의 나무 지에서 레몬생강차를 홀짝이며 설산의 풍경에 함빡 빠져있기도 하고.

한 나절을 걸어온 마을, 겨우 침대 하나 얻어서 등에 진 무게를 내려놓기도 한다.

상상 속에서는 무엇을 못하랴.



현실은 무거운 배낭을 등에 짊어지고는 몇 걸음 걷기 어려운 저질 체력이고.

맨몸으로 한 나절은 신나게 걸을지 몰라도 그러고는 일주일 동안 자리에 누워있겠지.

벌레 무서워, 더러운 거 싫어서 아무 곳에서나 잠들지 못하며.

버스를 좀 길게 타면 심한 멀미가 오시고.

온갖 이상증세가 피해 가지 않는 내 체질로 볼 때,

고산증세로 인한 호흡 곤란과 심한 두통,

위생 문제는 배탈과 고열을 불러오겠지.


그래도 가보고 싶다.

히말라야라면 포터가 있고.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면 동키서비스가 있어서 무거운 짐은 해결할 수 있다.

거리가 먼 오지라, 가는 길의 멋진 풍경을 포기한다면 비행기로 갈 수 있는 곳이 몇 군데는 있다.


비용이 관건이고(어쩌면 제1 장애물 ㅋ)

그래도 체력은 필요하다.

여러모로 체력은 키워야 한다.

아,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날은 왜 이리 추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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