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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남긴 풍경들
남쪽 여행, 6- 범어사 가는 길
마음에 남은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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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달려가고
Feb 11. 2023
오늘은 산으로 가보자.
부산의 남동쪽 끄트머리 해운대에서 부산의 북쪽 금정산까지 시내를 관통하는 꽤 긴 거리를 오가는 일정이다.
예전에 부산 오면 범어사도 갔었다.
금정산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인적 없는 산길을 혼자 걸어가노라면,
오싹 무서움과 적막한 산길의 호젓함이 동시에 느껴졌었다.
아, 그보다 먼저 해운대
바다에 떠오르는
아침
해님 좀
보시고요.
해운대에서 동래구를 거쳐 부산대를 지나 금정구로 가는 길은 시대를 거슬러 가는 기분이다.
쭉쭉 하늘로 뻗어 올라간 첨단도시 해운대에서 풍경은 1990년대, 1980년대, 1970년대로 되돌아간다.
내가 서울 강북 사람이어서인지,
단순히 여행자의 감상 때문인지 나는 이렇게 시간이 중첩된 풍경이 좋다.
도로는 좁아지고 길은 밀리고 버스 승객의 평균 연령도 높아진다.
작은 가게와 각양각색의 간판들로 어지러운,
금정산 아래 옛날 동네에서 이제는 절 바로 아래까지 버스가 다닌다.
승객도 많다.
구글맵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 나는 지도 한 장 손에 들고 참 잘도 돌아다녔네.
뭔가 바라는 게 있는데 막상 절에 도착하면 그 바람들은 공중에 흩어져 버리고.
그저 풍경이나 바라보다가 오게 된다.
봄에 오면 꽃들이 피어 예쁠 텐데,
아직은 겨울 풍경.
매화는 작은 꽃잎을 피웠어요.
소원성취를 바라서 범어사에 갔던 건 아니었다.
좀 무서우면서도 한참을 혼자,
겹쳐지고 포개지는 산들을 바라보고,
하늘도 올려다보고,
나무도 쳐다보면서 올라가는 나무 울창한 산길을 좋아했던 것 같다.
버스로 쉽게 가니 내게 있어 범어사가 증발된 듯,
서운한 마음이 들려했다.
그나저나,
나는 뭘 찾아 바다로 산으로 이리 뽈뽈뽈 돌아댕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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