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여행, 5- 추억으로 찾아간 대변항
마음에 남은 풍경들
다섯 살쯤에 해운대 해수욕장에 다녀온 뒤로 40년 동안 4~5년 간격으로는 부산에 왔던 기억이다.
매번 해운대에 머물지는 않았지만 부산에 오면 반드시 해운대에 들리곤 했었지.
그러다가 2000년대 초반에 어머니와 다녀가고 한 20년 만에 온 거 같다.
상전벽해.
부산의 서쪽으로, 동쪽으로 고층아파트들이 빽빽이 늘어서있네.
예전에 한반도의 동남쪽 바닷가를 지나던 동해남부선이 있었다.
조그만 기와집이던 해운대역에서 기차를 타고 송정, 기장, 일광-이런 동네를 느릿느릿 기차는 달렸다.
햇빛으로 눈부신 망망대해 파아란 바다를 바라보다가,
기차가 내륙으로 들어서면서 꼬박꼬박 잠이 들었지.
그리고 어디로 갔는지는 기억이 안 나요.
찬란한 햇빛, 파랗고 파란 끝없는 바다와 쏟아지던 졸음만 추억으로 남았다.
마흔 살쯤 혼자 부산에 왔을 때는 부산 친구가 나를 데리고 다녔다.
해운대 바닷가의 맛있는 전복죽집을 알려주었고.
바다를 따라 송정 바다와 대변항에 갔었다.
해운대에서 송정으로 가는 동안 '짚불 곰장어'를 판다는 식당 간판이 줄지어 있었는데.
음, 이건 더 말 안 할래.
규모가 큰 해동용궁사를 가리키면서 누가 이 절에서 청혼을 받고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마지막으로 대변항에 내렸다.
대변항은 컸다.
바닷가에서 아주머니들이 어부가 잡아온 생선을 손질하고,
또 생선을 말리면서 팔기도 하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때 나는 그렇게 말린 가자미 한 꾸러미를 사서 새마을호를 타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휴,
객실 선반에 올려둔 반건조 가자미에서 꼬릿 한 생선 냄새가 얼마나 심했는지,
다른 승객들께 미안해서 고개를 못 들 지경이었다.
가자미가 우리 입에 다 들어갈 때까지 나는 어머니한테,
"같이 기차 탄 승객들한테 너무나 미안해~"하면서,
냠냠 맛있게 먹었지.
기장이라는 지명만 듣고 버스를 내려서 옛날 모습이 남아 있는 기장을 구경하고는,
한참을 걸어서 대변항에 찾아갔더니.
작은 배가 가득 들어차 있는 한낮의 포구에는 노점상 아주머니도 없고,
생선을 말리는 풍경도 없었다.
다들 어디 가셨을까?
바다는 그대로인데 부산 풍경은 많이 달라졌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