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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r 10. 2023

불행을 퍼뜨리는 불행

끄적끄적

왕이든 자칭 황제든 역사 속 권력자들의 면면을 보면 참으로 모질고 잔인하며 악랄한 괴물들이 적지 않다.

이상을 갖고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와

오직 권력만이 목표인 권력자는 엄연히 다르다.

불행하게도 과거의 권력자들 중에는 지도자의 자질 없이 오로지 권력만 탐하는 욕망의 화신들이 많았기에,

법이나 제도로 견제받지 않던 절대권력 시절에 권력자들은 

인간으로 해서는 안 될 악행을 쉽게 저지르곤 했다.


그중 청나라의 서태후는  누구보다도 악행의 정도가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친아들과 조카까지 죽음으로 몰아넣은 셈이니,

그 외 사람들에 대해서는 오죽했겠는가.

온갖 악행을 일삼으며 47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흔들다가,

무덤까지 금은보화를 가득 쌓고 보석을 입에 물고 묻혔는데.



권력을 쥐고 있는 47년의 세월,

어마어마한 탐욕과 낭비, 색정과 무책임, 무능력, 무관심으로 청나라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린다.

그동안 백성들은 굶주려 죽고,

서태후의 군대와 외국군대에 밟혀서 죽어나갔다.


의심 많고 이간질에 능하며 아첨이나 좋아하고 사람들을 이용해 먹는 성정이라,

주변 사람들을 모두 불행하게 만들었는데.

황제인 아들이 자라서 자기주장을 하게 되자

아들이 폐인이 되도록 유도하여 일찍 죽게 하였다.

아들이 죽자 왕비였던 임신한 며느리에게 식량을 매일 줄여서 주는 방식으로,

굶주림에 이른 며느리가 두 달 뒤 스스로 세상을 떠나게 했으니,

그 악랄함이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법을 악용해 아기인 친조카를 황제로 앉혀놓고는,

독극물에 중독되어 죽게 한 것으로 의심된다.


또 궁궐에 가깝고 먼 집안의 어린 여자아이들을 데려다 자기 곁을 늘 따르했는데.

그 어린아이들이 변덕스럽고 못된 서태후의 비위를 맞추며 사느라 매일매일이 지옥이었을 텐데.

아이가 자라면 자기 맘대로 결혼을 시켰다가,

의외로 남편과 사이좋게 잘 지낸다, 싶으면 다시 궁궐로 불러들여 기어코 부부 사이를 떼어놓고야 말았다.



아무리 금은보화로 몸을 감싸고,

매 끼니 수백 가지 음식을 상에 올리는 호사를 누리더라도,

서태후의 속마음은 불안과 불행감이 아니었나, 싶다.

사람 마음이 항상 행복하고 안정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동안 행복한 시절을 보냈고

대체로 안정적인 정서로 평온한 마음 상태라면,

욕심을 부리다가도 선을 넘지 않고.

잘못을 하더라도 뉘우칠 줄 알아서.

남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면서 자신의 욕망만을 탐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이 행복하면 주변에 어둡고 음산한 불행이 비추는 것도 싫어서,

되도록 온유하고 밝은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주려 한다.


누가 행복해 보이면 그걸 파괴해야 마음이 놓이는 심리.

마치 이 세상에 행복이란 걸 없애면 자신의 불행감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듯.

어디서 행복의 기미만 보여도 달려가서 기어코 난도질을 하고야 마는 그 지독한 불행감은,

단지 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타고난 성향에 더해 자신이 살아오면서 지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잘못을 잘못으로 덮고.

타인을 괴롭힘으로써 업보를 더하고.

그 업보는 다시 자신을 짓누르는 불행감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자신에게 못된 짓을 할 권리를 스스로 부여하는 것 같다.

함부로 행동하고 남을 괴롭히며.

욕심을 부리고 또 부리고,

사람을 짓밟으면서,

나는 불행하니까 이래도 돼!,라고 말이다.



청나라가 망할 무렵 서태후의 무덤은 파헤쳐졌고.

입에 물린 보석을 꺼내느라 시신은 산산조각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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