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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Feb 22. 2023

미용실 싫어

끄적끄적

젊을 때부터 미용실 가는 일을 아주 귀찮아했었다.

결코 조용하지 않은 장소에 갇혀서 무료하게 기다리는 일이 너무나 싫었던 거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는 파마는 되도록 안 하고 머리를 짧게 자르기만 했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짧은 머리를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아무리 버텨도 한 달을 못 넘기고 미용실에 행차해야 했으니.

그래도 부석한 머리는 싫어서 한 달을 넘기지 않고 꼬박꼬박 단골 미용실에 도장을 찍었지.



나이가 들면서 미용실에 앉아있기가 더, 더 힘겹게 느껴진다.

염색을 하게 되니 예약을 하고 가도 착색되는 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필연적으로 듣게 되는 다른 손님들의 수다도 그렇

불편한 자리에서 멍하니 버리는 시간도 그렇다.

분위기 안 맞게 혼자 책을 꺼낼 수도 없어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무료한 시간을 때운다.

심신 모두 무기력해지는 기분.


그러면서 우리 어머니를 떠올렸다.

한창 살림으로 바쁘던 시절에 우리 어머니도 미용실에 앉아있는 시간을 못 견뎌하셨다.

그래서 그 시절에는 있던 방문 미용사를 집으로 부른 적이 몇 번 있었다.

야매미용사라 부르던 그분이 도구가 든 가방을 들고 방문하면,

집에 있는 여자들이 차례대로 머리를 자르고 파마를 했었지.

어머니께서는 수다는 다른 이에게 넘기고 오가며 집안일을 하시면서 파마를 마치셨다.


이제 내가 그 심정을 알겠다.

지금은 머리를 길러서 두어 달에 한 번,

염색과 커트를 하러 미루다 미루다 미용실에 가는데.

누가 내게 와서 해줬으면 좋겠다.



유튜브를 보다가 일본의 젊은 미용사 부부가,

국내 여행 하면서 예약을 받아 방문 미용 일을 하는 사례를 보았다.

환자라든가, 임산부처럼 미용실 방문이 어려운 손님들을 상대로 차에 도구를 싣고 다니면서

일도 하고 여행도 하는 거였다.


적게 일하고 지금의 인생을 충분히 누리는 멋진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방법이 가능할까?

미용실 가는 날을 하루하루 미루다 보니 꼴이 말이 아닌 여기 이 손님,

번쩍 손 들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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