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여행, 9-여행의 끝

마음에 남은 풍경들

by 기차는 달려가고

다시 기온이 떨어지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이다.

매일 평소보다 많이 걸었더니 근육이 뒤틀리는 증상까지.

이제 돌아가야겠네.

끝이 없으면 여행이 아니지.

서울행 기차표를 예매하고 짐을 꾸렸다.


빨랫감으로 가득 찬 가방과

어묵 세트가 든, 어묵회사 이름이 크게 쓰인 보냉가방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짐을 줄이려고 일반 칫솔만 갖고 여행 갔는데,

집에 돌아와 쌩, 전동칫솔이 돌아가는 순간, 와, 개운해라!



순천에서는 여전히 겨울의 황량한,

그러나 안으로 봄을 잔뜩 품은 풍경이 좋았다.

한꺼번에 봄이 솟구치겠지.

겨울을 견딘 생명체가 누릴 수 있는 기적.

봄을 기다리는 내게 조금만 더 견디라고 산과 들이 말해주었다.

억척스럽고 친절하며 쾌활하신 순천 할머니들은 바라보는 내 마음까지 밝게 만들어주셨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해운대에서는 매일 모닝 바닷가 산책을 할 수 있어 행복했다.

젊었을 적에는 늦잠 자느라 아침바다를 보지 못했는데.

나이가 든 이제는,

세수도 안 한 채 슬리퍼를 신고,

조합이 이상한 옷차림으로 아침 바다를 걸을 수 있는 사소한 자유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감사한 마음으로 매일 아침 바다를 걸었다.



여행할 때는,

신발은 한 치수 크게, 옷은 헐렁하게.

짐은 최대한 가볍게.

그리고 가벼운 슬리퍼가 요긴하다.

아끼는 옷 말고 험하게 다녀도 아깝지 않은 옷과 신발을 신으라 권하고 싶다.

사진 찍어 세상에 알리는 청춘이 아니라 보고, 듣고, 느끼는 혼자 여행이라면 몸이 편해야지.


이렇게 2023 봄맞이 여행을 마쳤다.

잘 놀고 왔으니, 다시 현실이다.

갈 길은 모르겠으나...

한 발 한 발 만들어나가자.

사진 속 인물들은 나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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