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쉽게 차려먹은 아침밥, 32편, 이상한 조합

아침을 맞이하는 의례

by 기차는 달려가고

아침이다.

뭘 먹나?

냉장고를 열어 본다.



처음에는 잡곡빵을 구워서 덩어리 치즈 끼워 먹으려 했으나.

귀찮게 여겨져서 대신 바움쿠헨을 한 조각 꺼낸다.

미니오븐에는 손가락만 한 고구마를 몇 개 굽고.

물을 끓이면서.


먼저 따뜻한 보리차 한 잔 들이마시고요.

녹차를 우립니다.

바움쿠헨을 커다란 포크로 얇게 잘라서 한 입,

녹차 한 모금.

또 한 입,

또 한 모금.

그렇게 천천히 바움쿠헨을 다 먹고.

접시에 건포도 몇 알 꺼내 한 알 한 알 집어먹는다.


요걸로는 모자라지.

부산에서 모셔온 어묵 하나 꺼내어 조금씩 베어 먹고요.

아, 금세 배가 부르네.



그래서 벌떡 일어나 접시와 컵, 포크를 씻고.

음악 들으면서 좀 쉬었다가 작은 사과 한 개 깎아먹었네요.

홍차 한 잔 마시고 오늘의 아침밥은 마무리.

배 불러서 잘 익은 고구마는 입도 안 댔음요.


조합은 별났으나.

하나하나 먹을 때는 맛있었음.

한꺼번에 먹는 우리 밥상은 밥과 국물과 반찬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하나 먹고 또 하나 먹는 방식은 서로 조화롭지 않아도 낱낱의 맛으로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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