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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없는 월요일, 4편, 주섬주섬, 시래깃국

음식에 관한 단상들

by 기차는 달려가고

새해가 시작하나, 싶더니 벌써 두 달이 지나갔다.

속절없이 시간은 흐르고.

가는 세월 바라보며 오늘도 나는 열심히 밥을 먹는다.


고기 없는 월요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달랑 하루,

그것도 고기 종류만 먹지 않을 뿐 해산물은 구애받지 않으니 음식의 장르를 가리지 않는 내게는 넘나쉬운 과제.



오늘 아침은 어제 씻어둔 고구마를 미니오븐에 집어넣는 것으로 시작한다.

역시 어제 썰어둔 적양배추 채를 아작아작 집어먹으면서.

- 적양배추는 언제 먹어도 대체로 맛있지만 이번에 사 온 적양배추는 특히나 아삭아삭, 달큼하다.

드레싱도 없이 잔뜩 집어먹음요.

그리고 녹차 한 잔 우려 홀짝홀짝 마시면서

주먹만큼 덜어낸 황태 채를 하나씩 집어먹습니다.

북어(황태 포함)를 좋아해서 북엇국이나 북어 보푸라기도 좋아하는데,

조리하지 않은 북어채를 그냥 먹어도 맛있다.

반찬도 되고 간식도 됨.

아마 칼로리는 낮으면서 영양가는 풍부할걸.

그 사이에 고구마가 익었네.

호호 불면서 고구마까지 가뿐히 먹어주고요.


좀 쉬었다가 사과 반 개.

따끈한 매실액 한 잔.

식료품 몇 가지 주섬주섬 늘어놓은 간식 같은 아침식사였습니다.


점심에는 시간과 공을 좀 들인다.

멸치에 다시마, 대파 이파리 등등의 채소를 더해 육수를 내어서는

시래기 가득 넣고 푹 끓여서.

된장을 흐리게 풀어 한소끔 더 끓여낸 구수한 시래깃국.

깊고 깊은 맛이다.

따끈한 시래깃국에 건더기만 떠먹어도 맛있는데.

바싹 구운 꽁치에 울외장아찌 몇 조각.

찰보리 넣어 갓 지어낸 현미밥으로 밥상을 차리니.

우왕~ 최고, 최고!



그렇게 늦은 점심을 배불리 먹고는 평소보다 늦은 저녁에 모처럼 차전을 지졌네.

찹쌀가루를 다소 된 듯하게 익반죽 해서는,

기름 두른 팬에 동그랗게 눌러가며 익혀서는 꿀에 찍어먹어요.

차전을 지질 때는 좀 거칠게 갈아낸 찹쌀가루가 좋은데

이번에는 고운 가루라 모양도 잘 안 잡히고 식감도 너무 보드라웠다.

어쨌거나 차전을 맛있게 먹고,

작고 단단한 짭짤이 대저토마토로 마무리.


오늘도 잘 먹은 하루였다.



* 월요일의 그린 라이프!


환경적인 입장에서 옷을 고민하는 책을 읽었다.

지은이들은 친환경을 지향하는 작은 의류업체를 운영하고 있단다.


<지구를 살리는 옷장> 박진영, 신하나 지음, 창비,


책은 패스트 패션과 동물성 의류 소재에 관한 내용이 두 축을 이루는데,

먼저 '패스트 패션'에 관한 내용을 정리해 본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자라, H&M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값이 싸고, 새로운 제품을 연달아 출시하는.

'쉽게 구입해 쉽게 누릴 수 있는, 즉각적이고 순간적인 패션'(27쪽)의 세계가 열렸다.

그로 인해 폐의류 쓰레기가 급증하고,

그 쓰레기들은 수출이란 미명 아래 아프리카 빈국들에 쏟아진다.


고급의 기술 필요 없이 저렴한 소재로 대충 만들어지는 패스트 패션으로 옷 시장이 옮겨가면서

지역적인 시장을 가졌던 의류업체들이 문을 닫고,

고급 기술을 가진 봉제 기술자들이 실직하게 되었다.


2013년, 방글라데시 다카의 라나 플라자 붕괴 참사에서 보듯,

패스트 패션업체들은 더, 더 낮은 인건비를 위해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을 열악한 노동 환경 속으로 밀어 넣는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 의류 노동자의 월 최저임금은 280달러,

패스트 패션업체가 발주하는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의 한 달 최저임금은 68달러이다).



패스트 패션은 패션 산업의 지형 자체를 변화시켰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3~4주마다, 혹은 더 빠르게 싼 제품을 마구 뽑아내면서 유행의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옷을 자주 사고 쉽게 버리는 소비문화는 패스트 패션 때문에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2000년 500억 벌이던 세계 의류 생산량은 2015년에는 1,000억 벌로 200퍼센트나 증가했다.

산업의 규모가 큰 만큼 패션이 지구온난화에 끼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패션 산업은 작물 재배, 동물 사육, 제조, 염색, 봉제, 운송, 판매 등 전반적인 과정에서 많은 탄소발자국을 남긴다. 연간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0퍼센트를 패션 산업이 차지하는데 이는 모든 국제항공 및 해상운송을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다.

(50, 51쪽)


이제는 우리의 생활 방식 자체가 재난을 부르는 형편이 되었다.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되돌아보고 엄격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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