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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없는 월요일, 5편, 새우구이, 콩나물국

음식에 관한 단상들

by 기차는 달려가고

한밤중에는 깨어나고 날이 환해지면 졸리는,

이상한 수면 패턴에 시달리는 중이라.

아침에 몇 시간 잠들어 한낮이 되어서 일어났다.


배가 고프지.

뭘 먹을까?

냉장고를 열다가 생각났다.

오늘은 월요일, 고기 없는 날.

당장 배는 고프니 귀리우유 홀짝 거리면서

호밀빵을 구워 올리브유에 찍어먹는다.

그러면서 식사 준비를 한다.



원래 새우 소금구이와 콩나물죽을 하려고 생각했었다.

냉동실에 얼어 있는 새우 몇 마리 냉장실로 옮겨서 해동을 기다리며,

콩나물죽을 끓이려다 보니 소고기 없이 맛을 낼 자신이 안 생기네.

그래서 콩나물 반을 덜어 다음날 콩나물죽 끓일 몫으로 남기고,

오늘은 멸치 육수 넣은 콩나물국을 끓여 보자.


나는 새우 소금구이 할 때,

안 쓰는 팬에 종이포일을 깔고 굵은소금을 소복하게 담은 뒤,

새우를 나란히 올려 뚜껑 없이 구운다.

뚜껑을 덮으면 수분이 생겨서 바삭하지 않은 느낌이라.


콩나물국은 간단하지만 맛 내기가 어려운 음식이다.

그래서 식당에서는 MSG를 상당히 많이 쓰나 본데,

우리 집에서는 잘게 자른 소고기를 넣고 물을 적게 부어 콩나물국을 끓였었다.

나는 콩나물이 수북이 담긴 냄비에 물을 자박하게 붓고 소금을 조금 넣고 일단 끓이다가,

그 국물에 멸치 육수를 붓는다.

멸치 육수가 콩나물 특유의 시원한 맛을 가리지 않도록 분량을 조절하고,

다진 마늘 넣고 더 끓여 마지막에 채 썬 파를 넣는다.

그러면 콩나물이 가득 든 국물 자작한 콩나물국이 된다.



늦은 점심으로 새우 소금구이와 콩나물국이 완성되었다.

짭짤한 소금 맛이 살짝 밴 새우 한 입에,

밥 한 숟가락, 콩나물국 한 입은 조화롭고요.

무 생채로 입가심을 하고는 고소한머리를 쪽쪽 빨아먹는다네.

그러고는 아삭한 콩나물 한 젓가락.


배부르게 먹고 사과 한 개 깎아먹고.

매실청도 따끈하게 한 잔.



헉헉, 배가 꺼지지 않으니 저녁은 가볍게 넘어갑니다.

적양배추 채에 북어채 한 줌, 말린 블루베리 조금.


오늘 하루도 잘 먹고살았습니다.



* 월요일의 그린라이프!


지난번에 이어 도서

<지구를 살리는 옷장-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고민>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박진영, 신하나 지음, 창비 출간)



이번에는 의류나 소품에 사용되는 동물성 재료 부분이다.


'합성섬유는 온통 환경 파괴 오염물질'(94쪽)이라 되도록 쓰지 않아야겠는데.

동물의 가죽이나 모피도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패션에 쓰일 만한 소재로 가공되기까지 온갖 화학 약품을 퍼붓는데,

이로 인해 인체에 유해하고 엄청난 환경오염을 일으키며 에너지 또한 막대하게 소비된다.


또 동물 포획이나 사육 과정에서 오직 이윤만을 고려하여

끔찍한 동물 학대와 착취 같은 비윤리적이고 잔인한 온갖 방법들이 동원된다.

대부분 호주에서 생산되는 메리노울은,

털을 더 얻기 위해 양의 피부를 일부러 쭈글쭈글하게 만든 개량 품종이란다.


현재 가죽이나 모피 가공산업 대부분이 중국이나 인도, 방글라데시 같은 저개발국으로 넘어가 있는데.

인체에 유해한 사업장에서 근로자들은 아무 보호장치 없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낮은 임금으로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한 끼의 밥을 얻느라 하루하루 목숨을 깎아내는 셈이다.

또한 공정 중에 발생되는 유해성분들이 전혀 걸러지지 않은 폐수와

독성을 함유한 치명적인 부산물들이 그대로 인체와 토양, 물에 스며들어 지역 전체가 오염되고 있다.


인도 칸푸르 지역의 제혁소 노동조합 대표인 압둘 말렉은, “가죽은 전 세계의 명품 브랜드들을 위해 생산되지만, 아무도 그것을 만드는 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돌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107쪽)


이 책을 읽고 앞으로는 가죽제품을 되도록 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미 갖고 있는 구두와 가방과 지갑을 오래 쓰겠다.

좋은 일은 못하더라도 다른 생명을 괴롭히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


지은이들은 이런 말을 한다.


많은 이들이 인간을 지구의 주인이라 여기고, 지구 자원이 무한하다고 착각한다. 지구는 우리가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집이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자원을 끌어다 쓴 나머지 우리가 이 집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124쪽)


알면 알수록 다급한 심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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