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이 떠졌으니 잠은 모자라지만 벌떡 일어난다.
뭘 좀 먹고 나서 눕지 말고 곧장 움직여야겠다.
이번 적양배추는 맛이 떨어지네.
그래도 아작아작 소처럼 먹어주고요.
따끈한 보리차 한 잔 들이켠 뒤에 바나나 하나 까먹고,
낫또 하나 비우고.
좀 쉬었다가 두유 하나 먹고,
오렌지 한 개 껍질 벗겨서 반을 먹음.
나의 '고기 없는 월요일'에는 고기뿐만 아니라 유제품과 동물의 알도 안 먹기로 마음먹었더니
아침에 조리하지 않고 먹을 만한 단백질 음식이 한정적이다.
또 점심, 저녁 밥상에 묵직한 반찬 하나는 있어야 하는 습관이라 '고기 없는 월요일'에는 해산물을 먹는데,
바다도 위험한 상태라 꺼림칙하긴 함.
늘 그렇듯 점심밥에는 힘을 준다.
그렇게도 기다리던 봄이라,
부추전이 먹고 싶었다.
예전에 우리 집에서는 부추전에 오징어나 조개를 넣었는데,
지방 여행지 식당에서 부추만 잔뜩 넣어 빡빡하고 작게 부친 부추전에 반한 뒤로는,
잘게 썬 매운 고추 조금, 그리고 부추만 밀가루 반죽 약간에 버무려 지진 부추전을 먹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김치전에도 돼지고기와 계란을 넣어 부쳤더랬는데.
봉하마을에서 김치만으로 시큼하게 지져낸 김치전 맛을 본 뒤로는,
밀가루 조금에 잘게 썬 김치를 잔뜩 넣은 질척한 김치전을 지지고 있다.
부침가루는 쓰지 않는다.
통밀가루를 쓴다.
요건 순전히 나의 취향.
초고추장을 곁들여 먹는 삶은 오징어도 예전에는 끓는 물에 데쳤었다.
유튜브에서 물 없이 '찐다'라고 표현하는 방식을 알게 되어 그 뒤로는 오징어를 물 없이 익혀먹고 있다.
맛있음.
푸른 잎채소가 다들 그렇듯이 부추도 다듬고 씻는데 손이 많이 간다.
가는 풀을 하나하나 다듬어 고인 물, 흐르는 물- 번갈아 찬물에 헹구려니 고달프다.
한 단을 손질해서 5~6cm 정도 길이로 잘라,
반은 오늘 부추전을 지지고.
반은 내일 슬쩍 쪄서 양념장을 뿌려먹으려고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로 보낸다.
그러니까 이번 '고기 없는 월요일'의 점심 밥상은 갓 지진 부추전과 물 없이 익힌 오징어에다가 초고추장,
인스턴트 블록으로 끓인 된장국으로 차렸다.
밥은 쪼금만,
반찬처럼 덜어서 입가심으로 먹었음.
점심 먹고 치운 뒤 소르르 잠이 들어서 저녁에 일어났다.
배는 고프지 않았는데 약을 먹어야 하니,
점심에 남은 부추전에,
남은 오징어는 기름에 구워 먹었다.
부추전은 식어도 맛있다.
* 월요일의 그린라이프!
환경 문제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면 '더' 해야 할 일보다는,
'대체' 하거나 '덜' 해야 할 일들이 더 많다.
건강을 생각해서 몸에 좋다는 걸 이것저것 찾아먹기보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과 행위를 '덜' 해야 하듯 말이다.
* '더' 할 일들-
모든 행위는 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모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니 옷이나 물건을 하나 사면 '더' 오래 쓰고,
'더' 아껴 쓰고,
귀찮더라도 재활용품을 내놓을 때는 손질을 '더' 해야 한다.
즉, 오염물은 씻어내고,
우유갑은 펴서, 씻어서, 말려서 내놓고.
그리고 되도록 '더' 걷자.
* '덜' 할 일들-
항균 제품은 좋은 박테리아를 죽이고 항균제 내성 박테리아를 키울 수 있단다.
평범한 비누와 온수, 세제로도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살 수 있으므로 항균 제품은 '덜' 사용하자.
물건을 '덜' 사야 한다.
특히 환경에 해로움을 더하는 물건은 가급적 사지 말고 일단 샀으면 쉽게 버리지 말자.
한 번이라도 더 사용할 방법을 궁리하자.
빨래를 자주 하면 환경에 부담을 주며 옷도 빨리 상한다고 한다.
옷을 입고서 특별히 땀이나 얼룩이 묻지 않았다면 잘 털어 말려서 한번 더 입자.
약간 곤란한 문제지만.
'덜'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바다에는 옆나라에서 배출하는 방사능 물질뿐만 아니라 일회용 플라스틱, 담배꽁초, 포장지, 병, 병뚜껑, 봉투, 빨대, 휘젓개,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통과 그 뚜껑들이 흘러 다니다 그대로 바다밑에 가라앉아 쌓인다.
쓰레기를 줄이는 것에 더해 아무 데나 버리지 말고
버릴 때는 반드시 뒤처리가 가능하도록 버려야겠다.
인터넷은 가상의 공간이라고 여기지만 그 장치는 엄연히 전기를 소모하고, 열기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현실이다.
안 쓸 수는 없으니 효율적으로 쓰자.
괜히 클릭하는 손길마다 환경에 부담이 된다.
'덜' 낭비하도록 할 품목.
잘 먹는 것만큼이나 이제는 '덜' 먹는 것도 고려할 때이다.
무지막지한 칼로리를 욱여넣는 서구의 식습관에 비해 우리는 양호한 편이지만,
튀기고 짜고 기름기 넘치고 자극적인 음식을 단지 재미 또는 심심하다는 이유로 막 먹고는,
돈을 써서 살을 빼려고 한다.
그냥 '덜' 먹으면 된다.
대신 적은 음식을 맛있게, 건강하게, 즐거운 기분으로 먹자.
특히나 남녀 가리지 않고 일상화된 술은 제발 '덜' 마시도록.
건강의 최대 악재 중 하나가 아닌가.
슬픔과 괴로움은 술로 눌러서 잊으려 하지 말고
원인을 직시하여 적극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고통 속에서 지그시 견디는 힘을 기르자.
# 덧붙임
월요일에 식사 약속이 있어 하루 당겨서 '고기 없는 월요일'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