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따뜻해지니까 입맛이 달라진다.
게다가 대기질까지 탁하니 가볍고 산뜻한 음식들만 눈앞에 아른거리네.
뭐가 좋을까.
아침은 간편하게 시작한다.
작은 고구마 두 개 미니오븐에 넣어 타이머 돌려놓고요.
따끈한 보리차 한 잔 쭈욱.
유튜브로 유럽 어느 나라의 농촌 풍경을 보면서 사과와 토마토를 먹는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구릉지대에 포도밭이 끝없이 이어지다가 담백한 외관의 주택들이 몇 채 모여있는 마을이 있고.
가게도, 식당도 없는 동네를 지나면 다시 포도밭들.
이른바 현대적인 생활이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생활 방식,
즉 최첨단 도시에서 3차 산업에 종사하면서 온갖 전자기기에 둘러싸여,
일상적으로 소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구 전체로 보면 일부에 지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토마토와 사과를 먹다가,
땡, 신호음에 호호 불면서 고구마를 먹고
찔끔찔끔 두유를 마셨다.
점심은 버섯밥을 한다.
질리지 않음.
버섯이나 채소 같은 재료를 얹어 밥을 할 때는 현미보다 흰쌀이 어울리더라.
씻어서 불린 쌀을 작은 뚝배기에 넣고,
충분히 불려두었던 마른 버섯과 무, 채소를 한 줌 덜어 쌀 위에 얹는다.
밥이 되는 동안 도토리묵을 버무리자.
잘 씻어서 물기를 털어낸 상추는 먹기 좋은 크기로 뜯어 놓고.
껍질을 반쯤 깎은 오이는 반을 갈라 어슷 썰어서는 설탕과 소금에 살짝 절인다.
(나는 날 오이의 풋내가 싫어서 날 것을 요리에 넣을 때는 이렇게 절여서 쓴다.)
양파와 당근은 채를 친다.
그리고 간장에 다진 고추와 다진 파, 고춧가루, 식초, 설탕, 후춧가루, 깨소금, 청주, 참기름을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납작하게 자른 도토리묵과 잘 섞으면 끝.
묽은 멸치육수를 끓이다가
물에 불린 자른 미역과 감자, 두부, 고추를 넣고.
된장을 풀어 가벼운 된장국도 끓였다.
도토리묵으로 입을 시원하게 하고요,
구수한 된장국물 한 숟가락 호로록.
참기름과 간장을 조금 섞은 버섯밥 한 입에,
밑반찬으로 만들어 두었던 마른 새우볶음 한 젓가락.
쌉쌀한 곱창김도 한 자리 차지했던,
간소하나 푸짐한 점심밥이었습니다.
저녁에는 남은 도토리묵무침에,
간장, 참기름, 김, 파로 양념한 비빔국수를 먹었다.
음식 만드는 방법을 적으면서 조심스러운 점은,
나 혼자 먹는 음식이라 조리 과정 중 일부를 생략하거나 재료를 다 갖추지 않을 때가 태반이다.
그 점 유의하시길.
그리고 내가 음식 할 때 쓰지 않는 몇 가지 양념이 있는데
MSG, 물엿, 굴소스, 요리주 같은 것들이다.
MSG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체질이라.
또 콜라나 사이다를 넣는 편법도 안 씀.
아무 데나 통깨 잔뜩 뿌리는 거 극혐.
적당한 데에 적당한 분량을, 되도록 갈아서 쓰면 음식 맛을 돕지만 말입니다.
순전히 내 취향의 문제일 뿐.
이것이 정답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 월요일의 그린라이프!
지난 글에서 썼던 옷에 관한 부분을 정리하면,
합성섬유는 그 자체로 유해물질,
동물의 가죽이나 털은 포획, 사육 과정에서 비윤리적이고 동물 학대와 착취 문제 발생하며.
가공 과정에서 엄청난 유해, 환경오염과 에너지 소비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면 제품이 안전한 것도 아니어서,
목화 재배, 가공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화학물질과 물이 소요되고.
탄소를 배출하며 에너지가 낭비된다.
마 제품, 리넨 제품이 환경 면에서 훨씬 덜 부담스럽다고 함.
의류는 사실상 재활용이 불가능해서 중고 의류 수출이라는 미명 하에 가난한 나라로 쓰레기더미를 떠안기는 꼴이다.
적게 사고, 오래 입고, 최대한 생활 속에서 재활용 방법 고민해야 한다.
옷은 멀쩡한데 싫증 나서 입지 않는 옷이 많으므로,
입지 않는 옷을 서로 바꾸거나 사고파는 행사를 자주 열면 좋겠다.
가까운 친구, 친척, 이웃들끼리 이런 소규모 행사를 열어 갖고 있는 옷이나 물건들을 서로 바꾸어도 좋을 듯합니다만?
빨래 과정에서 물을 상당히 많이 소비하고 옷이 헐게 되므로 가급적 세탁 횟수를 줄이자고 했다.
옷 전체를 세탁하기 전에 일부 오염된 부분만 손으로 세탁해서 입거나.
세탁기를 쓰더라도 빨래거리를 모아서,
특히 오염된 부분은 전처리를 해서,
온수를 쓰지 말고 적은 세제로 가볍게 세탁하는 편을 추천하더라.
나는 이엠 용액을 희석한 물에 세탁물을 담가두었다가
세탁기를 돌리는데.
혼자 사는 사람은 빨래거리가 많지 않아 일일이 분류해서 세탁하려면 어려움이 있다.
나는 침구류와 수건들, 일반 빨래, 울 세탁물, 걸레 종류 정도로 분류해서 세탁한다.
샤워하거나 세탁기 헹굼 중에 나오는 비교적 맑은 물은 그냥 흘려버리기 아깝다는 생각을 늘 하지만,
현실에서 재활용할 방도가 없다.
수돗물을 우리나라처럼 식수 수준으로 공급하는 나라는 지구상 일부분이고,
그 공급량 중에서 1% 만이 식수로 쓰일 뿐이라고 한다.
화장실, 세탁, 청소에 쓰는 물은 식수만큼의 수질은 아니어도 되는데 말입니다.
중수도 시스템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