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없는 월요일, 8편, 갈치 지짐, 버섯볶음
고기 없는 월요일
새벽에 눈이 떠졌다.
너무 일찍부터 움직이면 억울해지는 백수 신세라,
한참을 이불속에서 꾸물거리다가.
에고, 일어나자, 벌떡 몸을 일으켜서.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 틀어놓고는,
증편 얻어온 거 한쪽 데우고요.
두유 쪽쪽 빨아먹으면서 떡 한 입, 두 입.
녹차 한 잔 마시고 사과 하나 깎아먹었네.
그렇게 아침은 간편하게 해치우고.
우물쭈물하다 보니 점심 준비할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갈치를 소금물에 지지고, 버섯볶음을 만들자.
우리 집에서 생선을 간장 베이스의 양념으로 조릴 때는 생선조림이라 부르는데,
소금물에 익힐 때는 지진다고 표현한다.
다른 집에서는 어쩌는지 모르겠음.
고등어, 꽁치, 삼치 같은 생선은 간장에 고추장이나 된장, 고춧가루 같은 양념을 더해 진한 맛으로 조려먹는다.
물론 갈치를 짭짤하고 매콤한 양념으로 조리기도 하는데.
나는 조기, 굴비, 갈치, 가자미는 맑은 소금물에 지지는 편을 선호한다.
제주도에서는 갈치에 물을 많이 넣어 국도 끓이고 탕도 만들던데,
우리 집 갈치지짐은 국물이 많지 않음.
생선을 익힐 정도로만 냄비 바닥 자박하게 물을 붓고
간간하게 소금을 넣어,
무 조각(때로는 감자도), 양파, 잘게 썬 매운 고추와 파, 다진 마늘을 넣어 끓이다가,
손질한 갈치 토막을 넣고 술을 조금 뿌려 익힌다.
마지막 단계에 고춧가루 조금 뿌린다.
찝찔하게 간이 된 부드러운 갈치 살이 포인트.
표고버섯은 납작하게 썰고,
달군 팬에 기름을 둘러 저민 마늘과 파, 고추와 함께 버섯을 얼른 볶아냈다.
맛간장 몇 방울 떨어뜨려 너무 싱겁지 않게 간을 맞췄음.
그래서 점심밥상에는 고소한 현미밥,
보드라운 갈치 소금물 지짐,
쫄깃한 버섯볶음,
시큼해지려는 배추김치가 올라갔네.
맛있었음.
갈치는 맛있지만 잘 보이지도 않는 가시 발라내기가 귀찮다.
우물우물 입에서 가시를 뱉게 되니 남들과 밥 먹을 때는 좀 뭐 하지.
저녁에는 냉장고에 있는 (주말에) 멸치육수로만 끓여둔 미역국을 작은 냄비에 덜어서,
팔팔 끓여 홀짝홀짝 떠먹었다.
가끔 밥 쪼금, 김치 한쪽씩 곁들였고요.
* 월요일의 그린라이프!
음식 성향으로 정치적 스탠스를 파악해 보는 책을 읽었다.
<음식 좌파, 음식 우파>,
하야미즈 켄로 지음, 이수형 옮김, 오월의봄.
나중에 책의 내용을 소개할 기회가 있겠는데.
크게 분류해서 음식 좌파는 유기농, 지역적인, 수공예적인 음식을 찾고.
음식 우파는 대량생산 되는 대중적인 음식을 먹는 사람들로 분류한다.
나는 음식 좌파로 분류되는 부류였다.
현재의 공장식 대량생산을 포기하고 유기농업으로 바꿀 경우,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려면 농업용지가 부족해서 녹지를 더 개간해야 하므로 오히려 환경에 유해하단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식품 생산량을 늘릴 수는 있는데,
이는 음식 좌파들이 거부하는 것이라.
화학물질을 쓰는 관행농도 싫다,
유전자조작도 싫다면 인류의 기아 해결 방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제기하던데.
지은이는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건강 상의 우려는 기우라고 보는 것 같았다.
내 의견으로는 서구 사람들이 먹는 양을 좀 줄이고,
버려지는 식료품을 줄이면,
즉 적절하게 식량 재분배를 하면 전 세계 식량 문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반세기 전만 해도 서양 사람들 체형이 지금처럼 거구나 비만이 아니었다.
칼로리만 높은 음식을 싸게 파니,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가 아닐까.
우리나라 식품 가격이 비싼 건 맞고.
가격을 낮추려면 지금의 소농들이 모두 기업형 대규모 농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식품 가격이 내리면 주거비가 오르거나,
세금이 높아지거나,
기업들이 다른 소비재를 구입하라고 마케팅을 강화하거나 해서 어쨌든 우리의 돈은 남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니 음식을 아껴먹고,
정직한 농부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매일 먹어야 사는 생물체로서,
먹는 문제는 여러모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