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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없는 월요일, 9편, 참치 샐러드, 부각

음식에 관한 단상들

by 기차는 달려가고

4월, 봄, 첫 월요일이다.

지난 몇 년 간의 무기력에서 벗어나

이제는 정말 활기차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침을 시작한다.



먼저 고구마를 씻어서 미니오븐에 넣고요.

고구마가 구워지는 동안 두유를 따르고 어제 사온 볶은 현미를 한 봉지 붓는다.

우튜브 속 풍경을 보면서 두유가 적셔진 고소한 현미 알갱이를 한 입, 두 입 떠먹고.

중간중간,

이번에 산 건포도는 촉촉해서 맛있군, 하면서 건포도를 알씩 집어먹는다.

땡, 소리에

고구마를 꺼내 호호 불며 냠냠.

사과 한 개 깎아먹고 아침식사를 마쳤다.



점심은 오랜만에 참치 샐러드를 만들었다.

가늘게 썬 오이와 양파는 소금물에 절여서 물기를 꼭 짜고.

참치 통조림은 기름기를 꽉 짜내서,

마요네즈에 머스터드, 레몬즙 몇 방울 섞어서 재료에 잘 버무린다.

참치 샐러드는 빵, 비스킷, 밥 할 것 없이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오늘 점심은 빵은 싫고 밥 생각은 없어서 보리면으로 만든 비빔국수를 준비했다.

매콤 새콤한 소스가 들어있는 완제품이라 국수만 삶으면 요리 끝.


부각은 종류 불문 다 좋아하는데,

어제 연근부각을 사 왔음.


그래서 참치 샐러드에, 연근부각에, 오이장아찌에 비빔국수.

살짝 어색한 조합으로 보이겠지만 먹어보니 괜찮다.

비빔국수의 매콤한 맛은 참치 샐러드로 중화하고.

살짝 느끼할 수 있는 참치 맛은 담백한 연근부각으로 잡았다.

그리고 찝찔한 오이장아찌로 마무리.



저녁은 남은 참치 샐러드를 젓가락으로 집어먹다가 간간이 통밀빵 뜯어먹고요.

오렌지로 입가심.



* 월요일의 그린라이프!


전에 일부 소개한 책이다.


<음식 좌파, 음식 우파>

하야미즈 켄로 지음, 이수형 옮김, 오월의 봄



지은이는 다음과 같은 동기로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음식으로 현대 정치 성향을 살펴보고 좌파, 우파에 해당하는 입장을 각기 생각해 보는 하나의 시험이었다.

간단히 복습해 두자면 음식 좌파란 ‘산업사회에서 대량생산되는 음식을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음식 좌파는 유기농법으로 만든 농산물을 소비하고 건강과 안전, 그리고 음식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무엇보다 중히 여긴다.

(205쪽)


책을 쓰면서 지은이는 음식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다고 한다.


내가 음식 우파에서 음식 좌파로 전향한 이유는 ‘맛과 재미’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특히 건강에 대한 바람 때문도 아니고 독을 몸에서 배출하고 싶다는 해독 작용과도 무관하다. 하지만 한번 신선한 유기농 식재와 자연식 레스토랑에 익숙해지면 패스트푸드를 섭취하는 데 일정 부분 혐오감이 생긴다. 맛의 정의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212쪽)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 패턴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은이처럼 일단 경험하면 행동이 바뀌기도 한다.

사람은 생각에 따라 행동하기도 하고,

입장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기도 하며,

행동을 먼저 한 뒤에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소비자는 소비 재량권이라는 권리를 갖는다.

선택과 거부라는 방식으로 '음식 좌파'들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실력을 행사한다.

소비 방식을 통해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예전에는 식품 안전성을 정부 부처에서 관리, 감독했었는데.

지금은 관리, 감독의 한계를 넘어선 용량이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각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안전성 관리를 개인의 책임으로 넘기고 있다.

'음식 좌파'들은 식료품의 안전이나 기업 윤리, 취향 등 제품을 일일이 점검하면서 물건을 사거나 거부하는 소비 방식으로 시장을 압박한다.


음식이나 농업을 단순히 자유 경제, 시장 논리에 맡겨버리면 ‘규모의 경제’, 즉 집약, 대량생산으로 나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건 곧 식품 안전성에 대한 위기나 집약적 농업으로 생기는 환경파괴, 부당한 가축 이용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게 음식 좌파 쪽에서 나오는 자본주의 비판이다.

(207, 208쪽)



기업은 광고와 홍보 활동으로 물건의 가치를 부풀리고 소비자를 현혹하지만,

결국은 물건을 사는 소비자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이미지에 속지 말고 귀찮더라도 실체를 확인하며,

우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쪽으로 소비를 한다면,

세상은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소비자는 일상적인 소비 행위로 이 세상의 앞날에 대한 투표를 매일매일 하는 셈이다.

막강한 권리를 유익하게 활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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