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없는 월요일, 10편, 두릅, 연어구이
음식에 관한 단상들
이북식 인절미를 선물 받았다.
하얗고 몽글몽글한 거피 팥고물이 넉넉히 묻어 있는 쫄깃한 인절미.
앙금도 들어있지 않고 잡다한 견과류도 안 붙은 순수한 인절미에,
달지 않은 고물을 덮은,
내가 좋아하는 덤덤한 맛이다.
당연히 아침에는 두유와 녹차를 마시면서 이북식 인절미를 배불리 먹고,
사과를 깎아 먹었다.
두릅을 샀었다.
여린 두릅이 아니라 크고 길쭉한 두릅이라 망설였지만,
이번에 안 먹으면 올해를 그냥 넘길 것 같아 한 팩 사고 말았네.
또 구워서 파는 연어도 한 토막 샀다.
더해서 멸치 육수를 내어 바지락을 넣고 된장국을 끓였다.
냉이나 달래, 쑥 같은 봄의 향기가 물씬 나는 국이면 더 좋았겠지만,
손이 많이 가는 나물 다듬기가 싫어서 눈으로만 보기로.
그래서 연어구이를 데우고,
두릅은 데쳐서 몇 쪽을 초고추장과 함께 내고.
(두릅을 좋아하지만 많이 먹지는 않는다.)
바지락, 두부, 느타리버섯이 들어간 심심한 된장국에
김치 몇 쪽이 더해진 점심 밥상이 차려졌다.
맛있었고요,
배불리 먹었답니다.
저녁은 군고구마, 낫또, 토마토에 미숫가루라는 어색한 조합으로 해결.
* 월요일의 그린라이프!
생태학자인 최재천 교수가 2021년에 펴낸 책을 읽었다.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
최재천 지음, 김영사,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나온 책이라 당연히 전염병의 원인과 대처에 관한 내용이 있다.
이와 연관해 지은이가 특히 강조하는 바는 공존과 협력의 자세이다.
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도 적용된다.
공진화(co-evolution)라는 말이 있단다.
1960년대 중반 저명한 생태학자 피터 레이븐과 댄 잰슨 등이 나비와 식물 그리고 식물과 개미가 서로에게 의존하며 함께 진화한다는 주장을 거의 처음 내놓았을 때 생물학자들은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생태계 구성원 모두 먹이사슬과 사회관계망으로 얽혀 있는 마당에 다른 생물과 아무런 연계 없이 홀로 진화하기가 오히려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47, 48쪽)
아프리카에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도 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 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는 나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협력해서 상황을 헤쳐나가야 함을 알게 되었다.
자연은 언뜻 생각하기에 모든 것이 경쟁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속에 사는 생물들은 무수히 많은 다른 방법으로 제가끔 자리를 잡았다. 어떤 생물들은 반드시 남을 잡아먹어야만 살 수 있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포식), 모기나 바이러스처럼 남에게 빌붙어 살아야 하는 것들도 있다(기생). 경쟁 관계에 있는 두 생물이 서로에게 동시에 얼마간의 피해를 주는 반면 포식과 기생을 하는 생물은 남에게 피해를 줘야만 자기가 이득을 얻는다. 하지만 자연은 이렇게 꼭 남을 해쳐야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상당히 많은 생물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 그 주변에서 아직 협동의 아름다움과 힘을 깨닫지 못한 다른 생물들보다 오히려 훨씬 더 잘 살게 된 경우도 허다하다. 이걸 우리는 공생 symbiosis 또는 상리공생이라 부른다.... 예전의 생태학은 늘 경쟁, 즉 ‘눈에는 눈‘ 또는 ’ 이에는 이‘식의 미움, 질시, 권모 등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고 가르쳤지만 이젠 자연도 사랑, 희생, 화해, 평화 등을 품고 있음을 인식한다. 모두가 팽팽하게 경쟁만 하며 종종 서로 손해를 보며 사는 사회에서 서로 도우며 함께 잘 사는 방법을 터득한 생물들도 뜻밖에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경쟁 관계에 있는 생물들이 기껏해야 제로섬 게임을 하는 데 비해 어우름을 실천하는 생물들은 그 한계를 넘어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인간에게 공생과 연대의 정신을 가르쳤다.
(79, 80쪽)
사실 보통의 많은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고 도우면서 세상을 살아가려 한다.
누구도 일방적으로 짓밟지 않고 착취하지 않고,
서로 나누고 힘을 모으면서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를 자랑스럽게 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