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없는 월요일, 12편, 주먹밥, 오징어볶음
음식에 관한 단상들
아침밥은 단조롭다.
컵에 두유를 따라서 볶은 현미를 넣고,
현미가 두유에 불어 부드러워지기를 기다리면서 바나나를 하나 까먹는다.
그러고는 두유에 말아둔 볶은 현미를 떠먹고요.
냉장고에서 어제 깎아둔 사과를 꺼낸다.
이번에 산 사과 한 꾸러미는 거의가 푸석푸석해서,
사과를 깎아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차가운 맛으로 먹는다.
달지 않은 사과는 좋은데 푸석푸석한 사과는 싫음.
지난주 월요일에는 코딱지 만한 오징어 조각이 몇 쪽 들어간 충무김밥을 먹었고,
주중에는 간장에 조린 오징어가 제법 넉넉히 들어간 김밥을 먹었다.
그 오징어 맛이 입안에 계속 감돌아서 오늘은 오징어로 범벅한 오징어볶음을 만들기로.
냉장고 속 현미밥은 꽁꽁 뭉쳐서 옛날 집 떠나는 나그네가 들고 갔을 법한 소금주먹밥으로 준비해 보자.
고추장과 고춧가루는 약간만, 간장, 술, 매실액, 설탕, 다진 마늘 같은 재료로 양념장을 미리 만들어두었다.
오징어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집에 있는 재료인 느타리버섯과 고추를 먼저 볶다가 파와 오징어를 넣고 양념장에 버무리듯 볶아낸다.
그래서 점심밥상은 길쭉한 타원형 접시에
한쪽에는 오징어볶음을,
다른 쪽에는 오븐에 데운 소금주먹밥을 두고,
가운데에는 황태껍질 튀각을 소복이 얹었다.
국물 자박하게 열무김치도 한 그릇 덜어놓고요.
주먹밥 한 구석을 헐어서 한 입,
간이 진한 오징어볶음 한 젓가락을 오물오물 먹고는.
고소한 황태껍질 튀각으로 매운 입을 달래고,
열무김치 몇 가닥 건져먹었네.
중간중간 떠먹은 열무김치 국물이 시원해서 따로 국물 음식 없어도 괜찮았음.
후식으로는 초록색 방울토마토를 먹었다.
처음 사봤는데 큰 포도알처럼 길쭉한 모양이다.
상큼하고 은은히 달달하니 맛있다.
재구매각.
저녁에는 간단하게,
간장과 참기름으로 버무린 비빔국수를 만들어서
점심에 먹고 남은 오징어 볶음, 열무김치와 함께 먹었음.
맛있는 조합일세.
* 월요일의 그린라이프!
지난주에 이어 김영사에서 펴낸 최재천 교수의 책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 중,
생물다양성 고갈 문제를 소개한다.
최재천 교수는 기후변화 그 자체 못지않게,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고갈이 더 직접적이고 급박한 위협이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기후변화 문제는 직접 겪는 일이라 이미 사회 문제로 자리매김했는데,
기후변화만큼 피부에 와닿지 않는 생물다양성 고갈 문제는 여전히 뒷전이다.
생물학자들은 지금 수준의 환경 파괴가 계속된다면 2030년 경에는 현존하는 동식물의 2퍼센트가 절멸하거나 조기 절멸의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번 세기의 말에 이르면 절반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122, 123쪽)
생물다양성 감소와 생태계 서비스 저하의 원인은 우리가 저지른 다음과 같은 행위의 결과이다.
1) 토지 및 해양 이용 변화,
2) 생물 남획
3) 기후변화
4) 오염
5) 외래침입종
(128쪽에서 정리)
보고서는 특히 종수뿐 아니라 개체수에 주목했다. 현재 지구의 야생생물 개체수는 40년 전인 1970년에 비해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개체수가 줄면 유전자다양성도 함께 줄고 생태계 서비스 능력도 감소한다.
(131쪽)
우리는 당장, 오직 인간의 필요성을 위해 지구와 대자연을 악용한 나머지 생존의 발판인 지구 환경을 악화시키고 말았다.
연례행사처럼 조류독감으로 양계장의 닭을 몰살시키면서 애먼 철새 탓을 하는데,
이에 대해 지은이는 다음의 사실을 지적한다.
거의 모든 전염성 질환이 그렇듯이 유전적 면역력과 건강 상태에 따라 바이러스의 공격을 이겨낼 수 있는 새들이 있고 그렇지 못한 새들이 있다. 문제는 우리가 닭장 속에서 기르고 있는 닭들의 생존 방식이 전혀 자연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그들은 이미 알 낳는 기계일 뿐 더 이상 자연계에 존재하는 동물이 아니다. 알이란 원래 우리 식탁에 올리기 위해 닭들이 낳아주는 게 아니라 병아리, 즉 자식을 얻기 위해 낳는 것이다. 도대체 자식을 하루에 하나씩 낳는 동물이 이 세상 동물이란 말인가. 닭은 오랜 세월 우리 인간이 오로지 알을 잘 낳도록 인위선택하여 만들어낸 ‘괴물’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 세계 어느 나라 닭장이든 그 안에 있는 닭들은 거의 ‘복제 닭’ 수준이다. 그래서 일단 바이러스가 진입하면 몰살을 면치 못한다.
(141쪽)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거의 언제나 인간이 옮긴 것으로 드러났고. 일단 옮겨진 바이러스는 사육동물의 유전자다양성 결여와 공장식 밀집 사육 때문에 급속도로 확산된다. 철새는 가해자보다 피해자일 확률이 훨씬 높다.
(143쪽)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는 고유한 유전자에 더해 각자 개별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기에,
전염병이 돌아도 각자 대응하는 방식이나 능력이 다르다.
그래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유행해도 자연적 존재인 철새들은 살아남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필요에 의해 조작된 단일한 유전자 조합의 생물들은 약점에 노출되면 절멸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응하려면 다음의 대책을 실행해야만 하는데,
1) 강화된 생태계 보전과 복원,
2) 기후변화 감소,
3) 오염, 외래침입종 및 남획 감축,
4) 재화와 용역, 특히 식량의 보다 지속 가능한 생산,
5) 소비와 폐기물 축소,
(133쪽에서 정리)
인간이 지금처럼 탐욕에 의한 시장 논리에 세상을 맡겨버리면 결과는 뻔하다.
우리가 과연 살아온 시간만큼 생존할 수 있을까? 나는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턱없다고 대답한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등 지금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온갖 환경 파괴의 현장을 지켜보노라면 인간은 스스로 갈 길을 재촉하는 동물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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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6일 (유발) 하라리가 방한하여 열린 대담에서, 나는 300년이 아니라 이번 세기 안에 인류가 멸종한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류세의 기원을 농업 혁명의 시작점으로 잡는다 해도, 만일 하라리나 나의 예측이 들어맞으면 인류세는 겨우 1만 년 남짓 이어진 역대 가장 짧은 지질시대가 될 것이다.
(158, 159쪽)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인류의 종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지금처럼 될 대로 되시구려,
남의 일 보듯이 살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