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없는 월요일, 13편, 간장게장, 김치전
음식에 관한 단상들
아침밥은 단순하다.
바나나 하나 까먹고,
두부 데치면서 하나 더 까먹고.
끓는 물에 데친 두부 조금에 간장, 참기름을 뿌려 먹었다.
홍차 마시면서 밀폐용기에 넣어둔 새우깡을 젓가락으로 집어먹고요.
사과 깎아서 몇 조각 더 먹음.
배불러.
점심은, 우와, 내가 좋아하는 간장게장이다.
갑각류는 종류 불문 잘 먹지만 특히 꽃게를 애정한다.
대게, 킹크랩, 랍스터는 살덩어리가 너무 크고 식감이 덜 차져서 맛이 정밀하지 않은 느낌.
꽃게는 깨끗이 씻어서 찜기에 찌기만 해도 보들보들, 달큼한 맛에 식감이 차지고.
시래기를 듬뿍 넣어 고추장, 고춧가루를 섞은 된장양념으로 지지는 우리 집 꽃게찌개는 밥도둑 그 자체이니,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꽃게찌개는 늘 그립다.
생 꽃게를 빨간 양념으로 무쳐서 숙성시키는 꽃게 무침도 맛있다.
하지만 나는 간장게장을 더 좋아한다.
내가 어릴 때는 자잘한 게를 항아리에 가득 담아서 펄펄 끓였다 식힌 양념간장을 붓고.
며칠 뒤 간장을 덜어내서 다시 끓였다 식혀서 붓는 여러 번의 과정을 거쳤었다.
요새 파는 간장게장은 꽃게로만 담네.
나는 꽃게를 워낙 좋아해서 게살 발라먹는 은 제품 도구를 갖고 있다.
(손잡는 부분이 붙은 이쑤시개 비슷한 모양)
현실에서는 스텐 젓가락 한 짝으로 다 해결하지만요.
하여간 배송 온 간장게장 포장을 뜯어서 넓은 접시에 담아.
어이차, 게 딱지를 열고.
모래주머니랑 몇 가지 먹지 않는 부분을 조심조심 떼어낸 뒤.
따뜻한 흰쌀밥에, 간장 맛이 밴 선명한 주황색 게알을 얹어 쓱쓱 비벼먹으면.
음마, 감격스러운 맛입니다.
게알과 게장은 밥에 비벼서 먼저 먹어치우고.
현란한 젓가락질을 해가면서 가느다란 다리 속에 들어있는 콧물 같은 게살까지 싹싹 발라먹었네.
가끔은 이렇게 꽃게를 먹어줘야,
심하게 단순한 나는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지갑은 가벼워졌지만요,
배는 불러졌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잔해가 잔뜩 쌓였지요.
저녁은 신김치를 잘게 썰어서 김치전을 지졌다.
맛있게 먹고요.
입이 매워서 남은 바나나를 마저 까먹음.
* 월요일의 그린라이프!
오늘은 빛 공해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
아네테 크롭베네슈 지음, 이지윤 옮김, 시공사
도시라면 밤에도 꺼지지 않는 환한 불빛으로 상징된다.
24시간, 소음과 조명은 도시를 떠돌고,
그래서 밤에 자려고 불을 꺼도 웅성웅성 소음과 뿌연 불빛이 창문으로 스며든다.
이렇게 환해도 되는 걸까?
빛 공해는 곧잘 과소평가된다. 이 책은 빛 공해의 원인과 그것이 인간과 자연, 환경과 사회에 미칠 수 있는 논리적 귀결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21쪽), 쓰였다고 지은이는 소개한다.
건물마다 화려한 조명을 밝히고 도로는 가로등으로 환하다.
수 킬로미터 상공에서도 분별할 수 있는 도시의 밝은 조명이 과연 인간과 생명체의 안전과 활동에 도움만 되는 것일까?
석유와 고래기름으로 밝힌 조명으로 시작해 가스등을 거쳐 현재의 전기 사용 단계에 이르고,
백열등에서 형광등을 거쳐 LED 등까지, 인공조명은 여러 발전 단계를 거쳤다.
혁신적인 신제품이 개발되고 가격이 낮아지면 조명 소비는 급속하게 확대되고 소비량은 급증한다.
어떤 사람은 안전상의 이유로 도로를 환하게 밝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빛은 도로 이용자를 위해 쓰이는 대신 하늘로 뻗어 나갔다. (16쪽)
그래서, OECD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소비량에서 조명이 차지하는 비율은 19퍼센트이고,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19억 톤이라고 한다.
에너지 소비량과 환경에 미치는 부담이 상당하다.
지나친 조명 아래 놓인 것은 거리만이 아니다. 빛은 어디에서나 넘쳐흐른다. 고층 빌딩, 공장 건물, 교회, 성, 다리 등의 불빛이 대부분 미학적인 이유에서 문자 그대로 ‘각광’을 받는다. 이는 스카이글로 현상이 일어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에게도 심각한 해를 끼친다.
그럼에도 오늘날 빛 공해는 거의 화제가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 빛은 안전과 밀접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도시의 밤하늘에서 별을 잃어버리는 것쯤이야 감수할 수 있지 않은가?...
생태학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인공조명의 비극적인 결과물을 발견했다.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여름밤 전등을 향해 날아드는 벌레 때문에 난처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그와 비슷하게 빛은 새를 이끄는 작용을 해서 매년 10억 마리 이상의 새가 전등 불빛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불빛은 동물의 습성과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치고, 식물의 성장을 변화시킴으로써 먹이사슬과 생태계에 예기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의학자들은 불빛이 사람에게 심혈관계 질환, 비만, 우울증, 발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대규모 환경 단체조차 과도한 혹은 잘못 설치된 조명의 영향은 부차적 문제로 다룰 뿐이다. 빛 공해를 알리기 위해 조직된 단체인 스타스포올 Stars4 All의 오스카이 코르초는 “마치 80년대 사람들이 흡연의 해악에 무지했던 것처럼 오늘날 사람들은 빛 공해의 부정적 영향을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원인을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이 문제다. 빛 공해는 다른 종류의 공해만큼 동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빛 공해로 인한 피해는 종종 빛과 연관해 생각할 수 없거나 심지어는 인식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서서히 나타난다. (19, 20, 21쪽)
조명은 한때 권력과 부의 권위를 드러내는 효과적인 도구이기도 했고.
향락의 밤 문화를 낳았으며.
24시간 어느 때고 일할 수 있는 인체에 불리한 근무 환경을 가능하게 하였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가성비 측면에서 유리하며 유해하지 않은 LED 등은 친환경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청색광 비중이 높아 눈부심을 유발하고,
수면을 방해할 뿐 아니라 우리의 건강에도 피해를 준다고 한다.
또 소량의 희토류와 중금속을 함유하였는데 이는 재활용이 어렵다고.
덧붙여,
베를린에서는 아직도 가스등이 일부 가로등에 사용되고 있다네.
와, 19세기 분위기.
오늘은 여기까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