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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Feb 26. 2023

영국의 집들

책을 기록함

<일러스트로 보는 영국의 집>,

 

야마다 가요코 지음, 이지호 옮김, 한스미디어     



30년쯤 전에 런던으로 여행 갔을 때,

한국에서 여행사를 통해 호텔을 알아보면서 하이드파크 옆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었다.

그 전해에 갔을 때 템즈강 아래의 현대식 노보텔에 머물렀는데 위치가 번화가와 좀 떨어져서 불편한 점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런던 한가운데로.


음, 하이드파크 바로 옆인 건 맞았다.

호텔에서 길만 건너면 하이드파크여서 상쾌한 초여름의 푸르른 공원서,

아침마다 햇살을 받으며 한없이 걷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건물도 재미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하얀색 테라스하우스 풍의 오래된 호텔 건물은,

원래는 주택 용도였을 텐데 숙박시설로 개축한 것이라 그런지 여기저기가 다 꼬불꼬불했다.

리셉션에서 삐그덕거리는 좁디좁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서 몇 번 꺾이는 복도를 지나 구석에 있는 내 방까지 가려면,

조명은 어둡지, 꺾이는 복도 뒤 보이지 않는 저편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으슥했다.

침대는 예수님이 태어나셨다는 말구유가 이런 것인가, 상상력을 불러일으켰지...



이 책은 지은이가 오랜 시간,

직접 영국 여러 곳의 주택들을 방문하고 머물고 했던 집들을 일일이 그림으로 보여주면서

영국의 주택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영국에 관한 콘텐츠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영국은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오래된 주택들에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고.

주택들은 지역마다, 시대마다 건축자재와 외형에 차이가 있다.

애당초 집을 지으면서 그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건축자재를 사용했고,

이제 고치거나 새로 지을 때도 되도록 오래된 거리의 분위기를 지켜내기 때문에 지난 시기의 거리 풍경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 거란다.


무엇보다 영국 사람들은 오래된 집을 사랑하고 평가하며 그 안에 담긴 세월을 중하게 여긴다.

집을 사고팔면서 그 집을 지은 사람부터 오랫동안 이어지는 집에 관한 이야기- 집을 언제, 무엇으로, 누가 짓고.

그 집을 누가 사서 왜, 어떻게 고치고 등등의 이야기책이 집문서와 함께 대대로 전해지는 것이다.



책은 다음의 문장으로 시작된다.   

‘집은 성장시켜서 다음 세대로 이어 가는 것,’ 이것이 내가 수많은 영국 주택을 방문하고 갖게 된 생각이다. 영국의 집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아름다운 외관에 매료되는 한편으로 그 존재감에 압도당했다. 오랜 세월을 지나온 집일수록 존재감은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요컨대 그 집의 연륜과 그 집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가 만들어낸 존재감인 셈이다. 이것은 역사적인 인물이 살았던 집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살았던 오래된 집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런 일반인들이 살아온 역사가 깃든 집에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2,3쪽)


영국 주택의 방 배치는 그 집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유지 관리를 거듭해 온 결과물이며, 시대에 맞춰 증ㆍ개축이 거듭되어 온 까닭에 결코 단순하지 않다. 최근에 지어진 집은 처음 지어진 상태 그대로 남아 있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점 난해해져서 수많은 비밀이 잠들어 있는 집이 된다.(3쪽)


이런 영국 주택은 각자 다른 현관의 꾸밈으로 집주인의 개성을 드러내고.

풍경을 담은 창문과,

열과 빛을 내는 벽난로가 거실의 중요한 축이 된다.


책에는 영국 주택의 시대 별, 지역 별 특징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지역 특산의 건축자재, 지역에 우세한 산업이나 사회적 사건이 주택에 끼친 영향도 지적한다.

예를 들면 런던의 경우,

런던대화재로 목조 주택이 거의 소실되었기 때문에 현재 남아 있는 주택은 대부분이 18세기 이후에 건설된 것들로, 벽돌 구조의 연속 주택으로 주택가가 형성되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1) 옐로 스톡 브릭- 런던 남동부의 노란색 점토로 만든 벽돌로 노란색 속에 검은 반점 모양이 있는 특징. 17세기부터 19세기 건물에서 많이 볼 수 있음.

런던 브릭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옐로 릭을 가리킬 때가 많다.

   2) 레드 스톡 브릭- 19세기 후기 런던 북부에서 스퍼드 점토로 만든 벽돌이 양산 가능해지면서 빅토리아 후기 이후의 건물에 많이 사용.

장식성이 뛰어난 벽돌의 등장으로 다채로운 디자인 가능해.(13쪽에서 정리, 요약)-이라고,

런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주택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손에 들고 영국 곳곳을 순회하고 싶다.

아,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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