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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Sep 22. 2023

실패에 직면하는 자세

끄적끄적

누구도 실패를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새해를 맞으면서 우리는 올 한 해도 건강하게

그리고 순탄하게 바라는 일 이루어달라고 기원한다.

무언가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당연하게 성공을 꿈꾸고,

성공의 영광을 떠올리면서 어렵고 막막한 과정을 견디지.

누구도 실패를 준비하지는 않는다.


특히 학창 시절을 모범생이나 우등생으로 보낸 사람들이 실패를 못 견뎌하는 경향이 보인다.

사회적이거나 경제적인 실패는 물론,

애정 면이나 결혼생활이 잘 안 됐을 때 자신을 돌아보지는 않고,

치사하게 다른 핑계를 찾고 상대만 원망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학교 다닐 때 받은 성적이 생을 보장해 준다는 착각을 도저히 깨뜨리지 못해서,

성적이 좋았던 나는 인생의 모든 행복을 가져야 한다는 억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보세요, 인생은 학교 성적이랑은 다른 차원이랍니다.



운명론자인 나는 야망은 별로 키우지 않고

운명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상황에 최선을 하자, 는 원칙으로.

음, 사실은 어쭙잖은 '무위'로 느슨하게 살아가는데.

그러니 실패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응, 그렇구나, 이래도 저래도 깊은 뜻이 있으려니, 하면서 자신을 합리화하는지는 모르지.

하지만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않고

제 마음을 깎아먹으면서 곱씹지도 않으니.

실패에 제법 초연할 수 있다는 운명론자의 장점은 있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다소 방임적인 자세.


내 평생의 그릇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취할 것, 버릴 것을 구분해서 내가 진정 원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은,

최소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원한을 품거나 성공한 이를 시기, 질투하면서 화를 돋우지는 않거든.

대신 열심한 태도가 몸에 배지 않아서 여전히 게으르다는 심각한 문제는 있지요.



무더운 여름을 지내고 곧 추석이다.

올해도 다 가버린 느낌.

나이 들면서 '인생사 새옹지마'라든가 '전화위복'의 의미를 절절하게 인정한다.

지금의 성공이 내일의 실패를 끌어올 수도 있고.

이쪽의 성공이 저쪽의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람은 성취와 실망을 되풀이하면서 내면이 단단해지고,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식별할 수 있다.

성공만 거듭하면 목이 말라요.

내게는 한 잔의 물이 필요한 데 자꾸 금덩어리만 손에 쥐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여행이 즐겁고 의미 있기를 바라지,

그저 안전하게 줄 서서 지시대로 이동하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 않은가.

성공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조바심치고 불안해하면서

신의 인생도, 자식 인생도 망쳐버리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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