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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Sep 15. 2023

윤회, 이승의 배역, 업

끄적끄적

독일 언론인이 달라이 라마와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는 책을 읽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단 하나뿐인 지구의 환경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윤회가 언급된다.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태어날 때를 생각해서라도 지구 환경을 더 악화시키는 지금의 생활 방식은 고쳐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


윤회라는 개념은 아시아 종교에서 기본적인 개념으로 알고 있다.

책에서 언론인은 예수도 윤회를 언급했지만 나중에 기독교 사상에서 제거되었다고 주장하는데.

하여간 윤회는,

쓰디쓴 인생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상당히 위로가 된다.

다음 생이 있다면 이승에서 미처 못 이룬 안타까운 사랑이나 꿈을 성취할 수도 있고.

병든 몸 또는 결핍된 조건에서 평생을 힘겹게 살아내야 했던 사람이 건강하고 부족함 없는 더 나은 환경을 꿈꿀 수도 있다.

정말 나쁜 짓을 일삼으며 남을 해치서도 뻔뻔하게 잘 먹고 잘 사는 악마들을 단죄할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

이생망, 그래,

이번 생은 별다를 것 같지 않으니 다음 기회를 갖자는 거다.



지금 살아가는 세상에서 처한 상황이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어느 책인지 정확하지는 않은데,

책의 저자는 연극 무대를 떠올리라 했다.

극에는 중앙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멋진 주연배우들이 있는가 하면,

지나가는 행인 1, 2.

아니 그저 군중으로 무대를 채우기 위해 무거운 분장을 하고 무대 뒤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배역도 있다.

그러나 모든 배역 꼭 필요한 의미가 있고.

주연배우에게 물건을 건네주는  하나의 장면에 등장하는 작은 역할이라도,

전달된 그 물건으로 극의 줄거리가 반전될 수 있는 것이니.

신의 계획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모든 생명체는 당당한 존재 이유를 갖는다.

대단한 업적을 이루지 못한 사소한 삶이라도 개인적인 반경에서 소중한 의미일 수 있고.

또 나의 행동이 부지불식 간에 큰일이 이루어지도록 가교 역할을 는지 누가 알겠는가.


불교에서는 살아있는 우리가 하는 모든 언행을 '업'이라고 한다.

좋은 마음으로 올바른 언행을 하면 '선업',

사악한 마음으로 자기 이익만 탐하면 '악업'이다.

당장은 무슨 짓을 해서든지 내 이익을 챙기는 게 남는 장사로 보일지 몰라도.

어쩌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다른 이들을 해치면서까지 내 욕심만 채우려는 그 행동이, 그 마음이,

바로 그 사람의 불행을 증언한다.

내 속이 평안하고 불안감이 없으면 마음이 느긋해서 그렇게 조급하게 욕심부리지 않거든.



윤회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죽은 뒤의 윤회를 기다릴 것 없이 당장 내 마음이 떳떳하고 내 태도가 당당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이들과 조화롭게 서로 배려하면서 대체로 착하게 살아야 한다.

요즘 별 망나니들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무대 위에서 온갖 패악을 부려대지만,

그게 불안에 쫓기고 열등감에 빠져서 가만히 못 있기 때문에 악을 쓰는 거다.

끝내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다 죽겠지 뭐.

그런 사람들은 다음 세상에 어떤 보상을 기대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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