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어머니와 나누었던 이야기
끄적끄적
어머니는 마지막 닷새를 머물던 호스피스 병동에서
약물에 취해 가수면 상태에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돌아가시기 이틀 전까지 정신이 또렷하셨다.
집에 계실 때는 지독한 통증이 좀 가시면,
곁에 있는 딸과 편안한 표정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셨다.
죽음을 앞둔 그때,
자식 넷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다 걱정거리였는데.
평생 부모 그늘에서 살아온,
뜬구름 속에서만 살아가려는 이 딸의 앞날을 떠올리면 정말 암담하셨으리라.
그렇게 딸의 처지를 걱정하시길래,
"엄마, 난 내 장래 걱정 안 해. 내가 지금까지 나쁘게 살아오지 않았어. 그러니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힘든 상황은 오지 않을 거라 믿어."
그랬더니.
"그럼, 그럼. 네가 얼마나 착하게 살았니."
"그치, 그치?"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놓이는구나. 호호호"
뭐 이런 오글거리는 얘기가 오갔더랬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돌아가시고 혼자되어 지난날들을 곱씹다 보니.
어이쿠, 착하게 살아오긴 개뿔,
내가 잘못한 일들이 매일매일 우수수 떠오르고.
무엇보다 이 세상은,
착하게 살아간다 해도 안전과 평안이 보장된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는 진실을 깨달았다지요.
90년 가까이,
한반도 격랑의 세월을 지나면서도,
평생 착하고 순한 세계관을 지켜낼 수 있었던 어머니의 인생은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곧 어머니의 92세 생신,
천국에서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