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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r 30. 2023

수탈의 대상

끄적끄적

19세기말, 일본 도쿄 빈민가의 실태를 취재한 책을 읽고 있다.

<도쿄의 가장 밑바닥>

겐콘 이치호이 지음, 김소운 옮김, 글항아리,


당시 일본은 국민국가 구성을 완료하고 한반도를 향한 식민지화에 열을 올리던 시기로,

산업화로 부를 쌓으며 강대국으로 도약하고 있었는데.

눈부신 발전의 혜택은 윗동네에 그쳐서,

도시 곳곳의 빈민가에는 일거리를 찾아온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평생 몸이 부서져라 노동하지만 잠자리 하나 얻지 못하고,

찢어진 단벌 옷으로 사계절을 버티며.

식당에서 먹고 남은 음식 찌꺼기를 사 먹고.

이불 살 돈이 없어 겨울 한 철에만 이불을 빌린다.

전당포와 고리대금업자는 일상의 동반자이고.

가혹한 노동과 부족한 식사, 불편한 잠자리로 병에 걸리면,

거리에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산업혁명과 식민지 경영으로 온갖 호사의 전통을 세워가던 영국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으니.

어린아이들도 하루 종일 공장에서, 탄광에서 중노동에 시달렸.

그러다 삐끗, 일을 못하게 되면 끼니를 잇지 못하고.

배고픔에 한쪽을 훔치다 걸리면 바다에 정박해 있던 선박 감옥소로 끌려갔다.

경범죄를 저질러도 죄다 잡아넣으니 수용시설이 모자라지.

이들을 배에 태워 여덟 달 동안 족쇄에 묶은 채 호주로 이송하고.

겨우 살아남아 호주 땅에 발 디딘 이들은 도구도, 식량도 없이 땅을 개간하는 중노동에 투입된다.

빈민가의 여자들에게는, 

세계 어디에서나 빈곤에 더해 성폭력이 상수였으니.

관련 자료를 접할 때마다 몇 번씩이나 중단하고,

집어던지고,

한숨 쉬면서 마음의 괴로움을 가라앉혀야 한다.



그러니까 폭력과 착취의 대상은 그저 약자일 뿐인 거다.

내국인이라고 보호하는 게 아니고.

상대가 식민지 사람이든, 팔려온 노예든, 피를 나눈 동포든, 어여쁜 여자면 더!

만만하면 착취당하는 거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돈이나 도구로 보는 권력에게는 인간이나 기계나 뽑아먹을 값어치만 눈에 보인다.


지금은 가난뱅이들도 살기에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그건, 내 권리를 주장하며 싸워온 결과이지 권력자 인심이 좋아져서가 결코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그분의 편이니까 잘 봐주겠지?

흥, 어림도 없는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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