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아홉 번째 편지
학교에 온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네! 어느덧 가을이 지나가려고 하는 것 같아.
어제는 파아란 가을 하늘이 너무 예뻐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어 사진 속에 담아 두었어. 여름 한 더위를 겪은 나뭇잎도 가을빛에 익어가는 모습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구나. 아빠의 삶도 세월 따라 변해 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것을! 그리고 예쁘게 익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은 겨울을 향해 가려는 나무의 인사와도 같아 보였어.
이제는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여 너무나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아.
아이들과의 수업도 점점 더 재미있고, 선생님들과의 소통의 자리도 편안하고, 가끔은 이웃 학교에 컨설팅도 가고 하니 하루 하루가 감사할 뿐이다. 여러 학교를 방문하다 보면 학교마다 특색이 있고 분위기도 사뭇 다른 것을 볼 수가 있어. 학생들이 두 손을 곱게 모으고 아주 밝은 모습으로 인사하고 교직원들도 반갑게 인사하는 학교가 대부분이지. 이런 학교는 인사하는 모습 하나로 학교 분위기도 밝아서 마음도 푸근해진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가끔 있어.
우리 딸이 언젠가 전화로 아빠에게 털어놨던 일이 하나 떠오르네. 회사에서 모르는 분이랑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인사를 안 했다고 다른 선배에게 혼났다고 했었지. 그때도 아빠가 이 이야기를 해줬던 것 같은데 이렇게 편지로도 한번 남기고 싶었어.
아빠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건 바로 ‘소통’이었거든? 학생과 학부모,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와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지. 그런 소통의 시작은 바로 ‘내가 먼저 바르게 인사하기’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모든 일들은 인사로 시작하고 인사로 끝나게 되잖아. 인사는 돈 안들이고 땀 흘리지 않고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상대방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력이 있어.
‘안녕’이라는 인사말 속에는 한자말로 두 번의 평안이 들어 있는 것 알아? 편안할 안(安)과 편안할 녕(寧). 사전적 의미로는 ‘아무 탈 없이 편안한 상태’를 빌어주는 것이라고 해. 누군가의 안녕을 빌어주는 일인거야. 그래서 인사는 관계의 문을 열어주는 게 아닐까?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서로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와도 같은 거지.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누군가에게 인사를 안 했다고 혼났던 경험은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어. 아빠도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그냥 가볍게 오늘 하루 속에서 누군가에게 '안녕을 빌어준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모르는 분이라고 해도 회사 안에 있는 사람이고, 나의 작은 '안녕하세요'라는 말 하나로 그 사람의 하루가 좀 더 행복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우리 딸은 어릴 때부터 어디에 가서 누구를 보든 예쁘게, 바르게 인사하곤 했었지.
지금은 어른이 되어 아빠가 옆에서 지켜보지는 못하지만
우리 딸이 있는 어느 곳이든 '안녕'하고 서로 행복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아빠는 딸에게
'안녕' 인사를 건넬게.
행복한 하루 되자 우리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