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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의 첫 북페어 도전기

우리의 편지는 계속 될 테니까

by 전태영

<딸의 후기>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11월의 마지막 날과 12월의 첫 날을 아빠와 함께 했다. 그것도 우리 둘이 쓴 책을 가지고 나간 북페어에서. 내가 아빠에게 '같이 편지를 주고 받아볼래?' 라고 제안을 한지 불과 3개월 만에 나온 따끈따끈한 책을 가지고 나간거다. (ENFJ 부녀가 작당모의를 하면 이렇게 결과값이 빨리 나와요)


<아빠가 외롭지 않게, 딸이 힘들지 않게>


아빠와 나의 첫 책


책 제목을 정하자고 가족 단톡방에 올렸는데 여러 의견을 주고 받다가 동생이 던진 제목이었다. 듣자마자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하곤 바로 표지 작업에 돌입했었다. 이 책은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다. 아직 8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고, 아빠와 나는 할 이야기가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아빠에게 이런 세상도 있다는 걸 눈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교실에서 나오면 이런 세상도 있다! 아빠!


솔직히 처음엔 걱정도 많이 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지만 아빠랑 같이 부스를 지킬 때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의 눈길이 아빠에게 차갑게 느껴질까봐. 100여명이 넘는 작가님들이 모이는 곳이라 다양한 시선이 있겠지만 그런 차가운 시선이 아빠에게 닿지 않길 원했다. 그런 걱정은 북페어가 시작하고 난 후로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처음 보는 많은 독자들과 주위 동료 작가님들, 북페어 크루분들이 지나다니며 창작자 목걸이와 머리띠를 쓰고 있는 아빠에게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줬기 때문에.


- 아버님! 머리띠가 너무 잘 어울리세요!

- 오늘 이 행사 마스코트는 아버님이십니다!

- 정말 너무 멋지시네요!!

- 이 책을 보고 저희 아빠 생각이 났어요!

- 앞으로 무슨 일이든 다 하실 수 있으실 것 같은데요?


독자에게 책 내용을 설명하는 아빠

38년 동안 교직에만 있던 아빠에게 이런 길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는데 내가 던진 작은 불씨 하나가 여러 사람의 입김으로 더 활활 불탈 수 있게 되었던 날. 앞으로 아빠가 오늘의 날을 기억하며 더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아빠와 나의 편지가 담긴 책은 샘플북까지 모두 완판되었다,)


<아빠의 후기>


2024년 11월 30일, 제2회 부산 마우스북페어에 전국 132팀의 창작자들이 만드는 작은 이야기들의 축제에 훌륭한 작가님들과 귀한 자리를 함께 하게 되어 너무나 큰 영광이다. 사실 이번에 딸과 함께 마우스북페어에 처음으로 참가하게 되었지만 부족하기 그지없는 나였기에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참가하고 나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직도 떨리는 그 마음을 담아 후기를 보낸다.


막상 1박 2일의 일정으로 부산을 향해 달려가던 날에는 ‘과연 38년차 교육자인 아빠와 10년차 PD인 딸의 이야기를 얼마나 공감하고 관심을 가져 줄지 예측이 되지 않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상도 상주가 고향인 나에게는 자주 가던 부산행 고속도로 3시간이 너무나 멀게만 느껴질 만큼. 부산 KT&G 상상마당에 도착하고, '다락부부 4F47번' 부스를 세팅하며 운영 스텝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내가 이 자리에 작가의 이름으로 독자들을 대하고 소통해야 한다니


뭔가 어색하고 생소한 느낌에 계속 마음이 편하질 않았다. 행사 전날 저녁 카페에서 함께 한 가족들과 차 한잔 나누면서 부스 운영에 대해 준비를 했다.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싸인도 해주어야 한다기에 싸인 연습도 하고, 기대가 되는 것을 간단히 써 보기도 했다. 이런 준비 과정이 결코 힘들지 않은 건 내일의 북페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써 본 즉석 기대문이다.


38년차 교육자인 아빠와 10년차 방송 PD인 딸이 주고 받은 편지가
드디어 한권의 책으로 선을 보인다. 부녀지간의 사랑의 온도가 많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온기(溫氣)로 전해져 행복을 찾아드리는 하루가 되길 기대해 본다.


드디어 북페어가 시작되는 다음날 아침, 딸과 사위와 함께 부스에 섰다. 10시부터 시작된 북페어가 1시간이 지나도록 독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그래서 딸한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딸아! 원래 사람들이 이렇게 뜸한거야? 라고 했더니 “아빠! 이제 곧 사람들이 서서히 찾아올거야” 하고 말했다. 조금은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사실 일면식도 없는 독자들에게 ‘내가 쓴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1~2명만 있어도 만족할 수 있을 텐데’ 하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반전’이 일어났다. 부스 시작을 하고 1시간쯤 흘렀을까, 첫 번째 고객이 부스 앞으로 다가와서 첫 선을 보인 내가 쓴 책 샘플을 보고 관심을 갖는 것이었다. 그래서 떨리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와 책 내용을 간단히 소개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흐느껴 울면서 “참 훌륭하신 것 같아요. 아빠와 딸의 애정이 그대로 담겨있어 너무 감동적이에요. 저희 아빠 생각이 나서 보자마자 눈물이 났어요." 하시는 게 아닌가. 덜컥 나의 책을 구매까지 해주신 첫 독자가 지나간 후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내가 쓴 책에 대하여 관심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좋았는데 공감해주고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이라니. 첫 판매였지만 이 행사에 참여하길 참 잘했다는 만족감이 가득 차오르는 순간이었다.

독자들에게 책 설명을 하는 이 순간이 최고 행복했다


이 정도만 해도 성공이다. 첫 작품으로 충분히 성공이다.

오전부터 3~4시간 동안 좁은 공간에 서서 점심시간도 잊은 채 찾아오는 독자들과 함께 소통하고 또 공감했다. 독자들이 공감해주고 관심을 가져 준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계속 함께 하고 싶었지만 다음 날 일정으로 오후 3시가 되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부스를 빠져나왔다. 몇 시간 동안 함께 한 독자들과의 만남이었지만 상상외의 좋은 반응으로 마음이 너무 행복했다. 딸이 쓴 ‘덕질하다 PD가 되었습니다. 5평 방에 모은 나의 행복들’ 사위의 첫 작품 ‘유리병 속의 작은 새, 티니! 그리고 아빠와 딸이 함께 쓴 ’아빠가 외롭게 않게, 딸이 힘들지 않게‘ 모두 4편의 작품이 거의 ’완판되었습니다. SOLD OUT' 이란 전폭적인 관심을 이루어내었다.

그저 독자들에게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서울에서 먼 길 마다않고 찾아와 첫 출간을 손편지로, 꽃다발로, 케익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축하해 준 딸의 동료 민영PD님께 감사를 드린다. 바쁜 중에도 이모부의 첫 출간을 축하해 주기 위해 달려온 미애한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우리 딸의 기획 편집, 나와 딸의 원고, 내가 찍은 표지 사진, 아내의 추천사, 사위의 교정 및 외조, 우리 아들의 멋진 제목 제공 등 무엇보다 우리 온 가족이 함께 해서 더욱 더 행복했다. 이번 북페어 첫 참가를 하고 나니 얻은 것이 너무나 많다. 새롭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독자를 감동하게 하는 건 오직 작가의 진심을 전해주는 것


내 생애 최초의 특별한 경험! 딸과 함께 쓴 도서 출판!

작가로서 도서 출판을 하다니! 이런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픈 말이 있다면 교육전문직으로 생활하다 다시 학교로 새 출발을 하는 아빠를 위해 걱정해 주고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아빠가 외롭지 않게 도와 준 우리 딸아!


정말 고맙고 고마워!

사랑한다. 우리 딸! 마니마니.


(아빠와 딸의 편지 후속편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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