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보내는 여덟 번째 답장
아빠! 요즘은 내가 제작하고 있는 프로그램 일정이 바빠 편지에 답장을 빨리 못했네. 제작하는 일 외에도 아빠와 나의 편지를 처음으로 세상에 내 놓을 책을 손수 만드는 중이라 더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 벌써 편지를 쓰기 시작한 뒤로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얇은 셔츠만 입어도 되는 날씨에서 패딩을 입어야 하는 추운 날씨로 접어들었어. 첫 시작은 아빠에게 글쓰는 작업을 통해 또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 하나였는데 나도 이 편지를 쓰면서 지난 시간 속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사실 아빠랑 이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서 주위에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 그런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정말 아빠랑 편지를 주고 받는 걸 매일 한다고요?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아요? 아빠랑 무슨 말을 해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나도 예전의 내 모습을 돌이켜보면, 평상시에 아빠는 항상 바빴기 때문에 엄마랑 통화를 더 자주 했던 것 같긴해. 엄마한테 전화해서 '아빠는 뭐해?'를 물어보기도 했지. 그러다 옆에서 아빠 목소리가 들리면 반가운 마음에 '오! 아빠 퇴근했어?' 물으며 짧은 이야기를 잠깐 나누는 게 다였던 것 같아. 어렸을 때는 이런 저런 이야기와 고민들을 아빠에게도 털어놓았던 것 같은데 시간이 갈 수록 그러기가 쉽지 않아지더라고. 이렇게 편지를 쓰기 전 부터 난 항상 이런 게 아쉬웠어.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아빠는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고, 행복한 일이 있을 땐 그 행복을 그대로 아빠와 나누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런데 나도 처음엔 아빠에게 무슨 질문을 어떻게 던져야할까 고민이 많이 되었어. 막상 질문을 하려고 하니 쉽게 떠오르지 않는거야. 아빠가 어떤 질문을 받아야 신나게 답장을 써줄까? 아빠의 모습 중에 내가 모르던 게 뭐가 있을까? 너무 쓸데없는 질문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이런저런 고민에 쉽사리 시작을 못 했지. 그런데 아빠의 처음을 묻는 질문으로 시작을 하고 나니 그 이후부터는 아빠가 신이나서 '딸아, 이런 편지를 써봤어.'라며 먼저 보내주기도 하는거야. 역시 시작이 어렵지 그 시작의 물꼬를 트고 나니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지는 거 있지. 요즘엔 내가 조금만 더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그래야 아빠랑 매일 매일 편지를 주고 받자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텐데... 매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해나갈 수 있도록 나도 노력해볼게!
아빠! 나는 '편지'라는 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해. 어느 순간에는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가 또 어떤 때에는 지금 현재를 그대로 전달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기대감에 부풀어 막연한 미래를 담아내기도 하잖아. 그래서 아빠와 나는 이 편지 안에서 많은 것들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아빠가 그랬지. 기대되는 삶은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의 편지는 우리에게 작지만 소소한 행복들을 가득 가져다 줄 것 같아.
나는 여전히 아빠에게 궁금한 게 많아. 때론 인생 선배처럼, 때론 든든한 나무처럼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나눠줘. 그런 아빠의 이야기들로 나는 앞으로의 하루 하루를 힘차게 살아갈 수 있을거야.
내가 내민 손을 덥썩 잡아주고, 따뜻한 말들을 기록으로 남겨줘서 고마워 아빠.
우리 앞으로 더 가까워지는 사이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