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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Nov 13. 2019

모유 유산균 분말은 정말 다이어트가 될까?

잠잠 해질만하면 한 번씩 실검에 오르고 시끌시끌한 제품이 있다. 바로 모유 유산균 분말이 들어간 다이어트 제품들이다. 모유 유산균이 살을 빼는데 효과적이라는 말이 돌면서 꾸준히 식지 않는 관심을 받고 있다. 과연 모유 유산균 분말은 정말 살 빼는데 도움이 되는 걸까? 이것만 먹으면 광고하는 것처럼 20~30kg씩 쭉쭉 빠질까?



모유 유산균 BNR17과 다이어트 효과

모유 유산균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모유에서 추출한 유산균이다.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좋다고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정확한 이름은 Lactobacillus gasseri BNR17인데, 복잡하니 보통 BNR17이나 모유 유산균이라고 부른다. 이 유산균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연구된 항목이 체지방 감소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다. 그 결과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고, 국내 연구 중에선 대표적인 게 서울대 병원 연구와 영남대 연구다. 이대에서 실시한 과민성 대장 증후군 관련 연구도 있는데 오늘 주제는 다이어트니까 여기선 제외하겠다.



실험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


우선 서울대 논문은 Lactobacillus gasseri BNR17 Supplementation Reduces the Visceral Fat Accumulation and Waist Circumference in Obese Adults: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Trial.이라는 제목으로 2018년에 발표된 자료다. 요약을 보면 20~75세 사이, BMI 지수 25~35kg/m², 9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또한 하루 섭취 칼로리를 1500kal 정도로 제한하고 일정 칼로리를 동일하게 소모하도록 변수를 통제했다. 총 12주 동안 이뤄졌고 위약 군(플라시보), 저용량(10억 마리 섭취), 고용량(100억 마리 섭취) 투여 군으로 나눴다. 그럼 결과를 보자.



먼저 위의 표는 실험 전이다. 뭐 내용이 많은데, 빨간 네모칸 만 보면 된다. 위약(Placebo), 저용량(BNR-L), 고용량(BNR-H) 군의 평균 몸무게와 BMI를 체크한 것이다. 위약 군 평균 몸무게는 80킬로그램이고 BMI 수치는 28.6 이었다. 저용량은 몸무게 74.3에 BMI 27.9, 고용량은 74.1에 28.8이다. 이제 실험 후에 얼마나 변했는지 보자.



보는 법은 똑같다. Week 항목이 추가됐는데, 0, 6, 12는 각각 실험 시작 당시, 6주 후, 12주 후를 의미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몸무게다. 변화가 없다. 심지어 저용량 복용 군은 조금 늘었다. 위약 군이 평균 0.4킬로가 늘어난 것에 비하면 수치상 변화가 없었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사실 만족할만한 수치인지는 잘 모르겠다. BMI도 마찬가지. 변화가 없거나 조금 늘어났다. 몸무게와 BMI만 놓고 보면 모유 유산균 분말은 딱히 체중 감량에 효과가 없는 것이다. 이어서 Waist(허리 둘레)도 보자. 이것도 굉장히 애매하다. 고용량 복용 군은 허리둘레가 5cm가 줄었고 비복용 군도 1.7cm가 감소했는데 저용량 복용 군은 오히려 1.3cm가 늘어났다. 고용량 복용 군만 놓고 보면 확실히 복부지방 감소에 효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저용량을 보면 그 효과라는 게 용량에 비례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아서 이 연구만 놓고 판단하기가 조금 애매하다. Hip(엉덩이둘레)는 전반적으로 1cm 정도 줄어든 걸 확인할 수 있다.



한 가지만 더 보자. 이번엔 내장지방이다. VAT라고 적힌 가장 위의 항목을 보면 된다. 위약 군은 면적이 3.5cm²만큼 늘어났고, 저용량 군은 1.8cm², 고용량 군은 1.4cm²만큼 감소한 걸로 나타났다. 이건 유의한 결과일 수 있다. 어쨌든 같이 먹고 같이 움직였는데 안 먹은 사람들은 내장지방이 늘고 먹은 사람들은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앞선 데이터와 마찬가지로 복용 용량과 비례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얼마를 먹어야 효과적인지에 대해선 추가적인 실험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서울대 실험에서 밝혀진 모유 유산균의 효능은 내장지방의 소량 감소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흔히 인식하는 다이어트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말이다.



영남대 논문에 쓰인 모유 유산균 실험 결과와 결론. 표본을 늘려 장기간 조사가 필요함을 피력했다.
논문 데이터 자료


영남대 논문에선 어떨까? 영남대에선 과체중 및 비만 성인에 대한 Lactobacillus gasseri BNR17의 효과 : 무작위 이중 맹검 임상 시험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하나하나 설명하면 머리 아파할 테니 바로 결과를 보자. 논문에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체중이 약간 감소하긴 했는데 의미가 있을 만큼은 아니며, 허리와 엉덩이둘레 감소는 안 먹은 그룹보다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았다."


위의 두 논문을 보면 결국 모유 유산균 분말은 살 빼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고 내장지방을 약간 빼주거나 더 찌는 걸 조금 막아주는 정도는 된다고 이해하면 쉽다. 어쨌든 이런 논문들로 모유 유산균은 식약처의 기능성 평가를 통과하여 개별인정형건강기능식품이 됐다. 식약처에선 어떻게 고시하고 있을까?


식약처 고시자료 중

위는 식약처 고시 자료에서 캡처한 것이다. 모유 유산균인 Lactobacillus gasseri BNR17의 인정등급은 생리활성기능 3등급이다. 기능은 체지방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고 하루에 600억 마리 정도 먹으면 비슷한 기능이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주목할 건 생리활성기능 3등급인데, 3등급이면 사실상 거의 기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연구 논문이 부족하며 뚜렷하게 보일 만큼 효과적이지 않은 성분일 때 생리활성기능 3등급을 준다. 




다이어트에 왕도 없다

또 속았습니까, 휴먼?

인간은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렇게 속고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 속는다. 이런 현상은 외모가 걸리면 특히 심한 것 같다. 당신도 뼈저리게 알고 있겠지만 다이어트에 절대 왕도는 없다. 건강기능식품이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기본은 음식을 조절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만이 건강하게 살을 빼는 방법이다. 괜히 살 뺀다고 하루에 물 3리터씩 먹어가며 밥 굶고 모유 유산균 분말 비싼 돈 주고 찾아먹고(개별 인정형 건기식은 제작 단가가 비싸서 소매가도 비싸진다) 하다가 다이어트는 다음 생에나 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힘들다. 참는 것 뿐이다.

그나마 시중에 판매 중인 건강기능식품중에는 가르시니아 캄보지아가 가장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먹기만 해서 빠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살을 빼는 방법은 당신의 살이 불어난 과정을 정확히 반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많이 먹고, 기름진 것 먹고, 운동하지 않아서 살이 찐 거라면 적게 먹고, 기름진 거 안 먹고, 운동하면 당연히 빠진다. 건강한 몸을 얻는데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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