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와 피부 미용은 언제나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 공통 주제이다. 멋진 몸매와 좋은 피부를 갖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런 욕망에 편승해 온갖 상술은 기승을 부리고 애꿎은 소비자는 본인의 건강을 담보로 검증되지 않은 이론을 몸소 실험한다. 그럼 많은 사람들이 하는 물 다이어트는 어떨까? 물을 많이 마시면 몸에 좋다며 하루에 3리터, 4리터씩 권장하기도 하는데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
다이어트를 통해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건강하게 살이 빠져서 그 상태를 쭉 유지하는 것이다. 효과가 너무 더디거나 요요가 오는 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점에서 물 다이어트는 다이어트라고 하기엔 굉장히 애매하다. 물 다이어트라고 흔히 알려진 방식은 엄밀히 말하면 다이어트라기보다는 커팅이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물 다이어트 방법을 알아보자.
[물 다이어트 방법]
1. 중요한 날 5일 전: 물만 3리터 정도 마심(+금식)
2. 중요한 날 하루 전: 물도 안 마심(+금식)
3. 중요한 날 당일: 5~7kg 정도 감량 가능
이 방법을 처음 접하고 든 생각은, '죽을 수도 있겠는데?'였다. 힘들다는 걸 비유한 게 아니라 정말 요단강을 건널 수도 있는 방법이다. 이런 방식은 운동선수들이 체급 측정할 때나 이용하는 방식이다. 순간적으로 뺐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리는 방법. 운동선수는 24시간 붙어서 관리해주는 트레이너나 감독이 있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은 혼자 시도할 수밖에 없다. 하다가 나트륨 부족으로 정신을 잃거나 쓰러져도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한다고 무작정 따라 하지 않길 바란다.
이 같은 물 다이어트의 문제는 체내 나트륨 수치를 과도하게 떨어뜨리기도 하거니와 물과 음식을 먹으면 다시 원래 몸무게로 돌아간다는 단점이 있다. 며칠간 죽을 고비를 넘기며 독하게 체중을 줄였는데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이는 물 다이어트가 지방을 분해하는 게 아닌 몸에서 수분을 쥐어짜는 방식이라는 걸 증명한다.
물 다이어트 방식이 허구라면 이번엔 물이 정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긴 하는 건지 알아보자. 우리가 흔히 아는 레몬 디톡스를 비롯해 디톡스나 다이어트를 할 때 꼭 듣는 말이 '물을 많이 마셔라', '하루에 2L 이상의 물을 마셔라'다. 이 말을 들으면 보통 '그래, 물은 몸에 좋으니까. 많이 마시면 도움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넘긴다. 실제로 하루에 2L, 3L의 물을 마시는 사람이라도 그렇게 많은 물을 마시는 게 본인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반대로 말하면 그렇게 많은 물을 마시는 게 어떤 부작용을 불러오는지도 모른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물의 효과]
1. 숙변 배출에 도움
2. 신장 속 독소 배출에 도움
3. 지방 분해 증가와 단백질 분해 감소
4. 칼로리 소비
물은 위의 네 가지 작용을 통해 다이어트를 '간접적'으로 돕는다. 우선 숙변이 쌓이는 건 대장에서 변의 물기를 너무 빨아들였거나 애초에 변에 수분이 부족해서 스무th하게 배출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물을 꾸준히 많이 마시면 대변이 상대적으로 촉촉해져서 숙변을 조금 더 원활히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장 속 독소는 무슨 말이냐면, 간과 마찬가지로 신장 역시 체내의 불순물을 걸러서 소변으로 배출한다. 불순물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신장에 당연히 독소가 쌓이게 된다. 물을 많이 마셔서 소변을 자주 본다는 건 쉽게 말해 신장을 물청소하는 거랑 비슷한 개념이다(물탱크 청소하듯이 말이다). 3번과 4번은 엮여있는 내용인데, 이는 물 자체가 가진 특성이라기보다는 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과정과 연관이 있다. 물을 마시면 소변이 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비되는데,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에너지는 몸에 축적한 잉여 지방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방이 분해되고 칼로리가 소비된다.
당신이 여기까지 꼼꼼하게 읽었다면 느낌이 올 것이다. 물만 가지고는 다이어트를 할 수 없다는 느낌말이다. 당연하게도 물은 단순히 다이어트를 보조하는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물 자체만으로 엄청난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할 순 없다(그래도 꾸준히 하면 1~2kg 정도는 빠진다). 그럼 이번엔 물을 많이 마시는 행위의 단점을 보자.
[하루에 물 3리터 부작용]
1. 신장의 부담
2. 체내 나트륨 농도 하락
3. 잦은 배뇨
4. 소화 불량
몸에서 남아도는 물들은 신장으로 가서 배출되는데, 단시간에 너무 많은 물을 마시면 신장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라. 당신이 평소 직장에서 1시간에 10만큼의 일을 처리하는 사람인데 갑자기 상사가 1시간에 20만큼의 일을 처리하라고 시킨다면 어떻겠는가. 기분이야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X 같을 것이고, 일 처리하는데 헉헉거리느라 신체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당신의 신장도 마찬가지다(신장 기능이 안 좋은 사람은 부종이 올 수 있다). 체내 나트륨 농도 역시 당연한 이야기. 우리 몸엔 나트륨-칼륨 펌프라는 게 존재하는데(현재는 소듐-포타슘 펌프) 이는 ATP의 능동수송과 항상성... 음 아무튼 매우 매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작이다. 우리 몸은 체내의 나트륨과 칼륨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물을 갑자기 너무 많이 마셨을 때 일시적으로 나트륨 농도가 낮아질 수 있다. 이 상태가 심화되거나 지속될 경우 저나트륨혈증에 빠진다. 저나트륨혈증이 되면 가볍게는 무기력,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오지만 심하면 뇌 손상, 근육 발작, 혼수상태 및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소변을 자주 보는 거야 나트륨 농도 저하에 비하면 별거 아닌 부작용이지만 소화 불량은 사람에 따라 다소 불편할지도 모른다. 이는 식사 중 물을 마실 때 발생할 수 있는데, 위산이 물에 희석되면서 음식을 분해하는 기능이 저하될 때 발생한다.
우리는 보통 순수한 물 외에도 식품이나 다른 음료를 통해 충분한 물을 섭취한다. 따라서 특별히 갈증을 느끼지 않는 이상 억지로 물을 마실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스트레스 해소를 비롯한 물의 순기능을 고려하여 더 많은 물을 마시고 싶다면 한 번에 마시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나눠 마시는 것이 좋다. 실제로 2L 짜리 물통을 놓고 마실 때 보다 500ml짜리 물통으로 나눠 마실 때 더 많은 물을 마시게 되기도 한다.
결론은, 알아서 마시되 생각보다 효과가 없으니 너무 집착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그냥 식단 조절하면서 운동을 열심히 하자. 편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