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스트린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았는가? 우리가 자주 먹는 과자나 각종 분말형 영양제들, 화장품에까지 많이 사용되는 첨가물이다. 이 덱스트린이 대체 뭔데 여기저기 넣는 걸까? 혹시나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은 없을까?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오늘은 덱스트린에 대해 간단하게 다뤄보자.
덱스트린이 생소한 사람도 전분은 모두 알 것이다. 옥수수 전분, 감자 전분, 녹말 전분 등 식물에서 추출한 탄수화물 덩어리들을 전분이라고 한다. 이 전분은 당이 여러 개 붙은 다당류인데, 이런 다당류가 소화효소를 통해 최종 분해되면 단당류인 포도당이 된다. 덱스트린은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여러 가지 당들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쉽게 말해 다 분해되지 않은 탄수화물들을 묶어서 덱스트린이라고 지칭한다.
덱스트린은 말토덱스트린과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으로 구분된다. 말토덱스트린은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익숙할 텐데 근육량을 증가 목적으로 먹는 단백질 보충제에 많이 첨가되어 있다. 또한 과자나 분말 형태로 털어먹는 영양제에도 자주 넣는 식품 첨가제다. 물과 섞으면 점성이 생기므로(전분이라) 율무차처럼 점도 높은 공산품 음료에도 자주 들어간다.
말토덱스트린은 이론상 다당류인데(포도당 여러 개가 붙어있으므로) 분자 구조가 단단하지 않아 굉장히 쉽게 포도당으로 분해되는 성질이 있다. 게이너에 말토덱스트린을 많이 넣는 것도 몸에 많은 양의 포도당을 공급하기 위해서이다. 포도당은 에너지 대사에도 사용되지만 여분은 간에서 중성지방으로 바뀌어 저장되므로 벌크업이 목적인 헬스인들은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5:5인 게이너를 먹곤 한다.
그럼 말토덱스트린과 난소화성덱스트린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난소화성덱스트린 역시 옥수수, 감자 등에서 뽑아낸 다당류다. 이는 말토덱스트린과 동일하지만 이후 추가 공정을 거쳐 결합 구조를 바꾼다. 이렇게 바뀐 덱스트린은 소화가 잘되지 않는 난소화성을 띈다. 우리 몸에는 난소화성덱스트린을 소화할 수 있는 효소가 없기 때문에 덱스트린이 포도당으로 분해되지 않는다. 따라서 칼로리가 없어 혈당 수치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섬유질의 특성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 이걸 누가 먹을까? 바로 당뇨환자들이다. 난소화성덱스트린은 당뇨환자를 위한 기능성 식이섬유인 것이다.
말토덱스트린은 엄밀히 말해 합성 감미료이다. 기원이 옥수수나 쌀, 감자일 뿐 인공으로 성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체에 딱히 해가 없고 설탕보다 소화가 쉬우므로 굉장히 광범위하게 쓰이는 성분이다. 그럼 말토덱스트린은 이렇게 막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흔히 음식으로 섭취하는 정도, 그러니까 두유, 과자, 영양제 등으로 섭취하는 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 정도 먹는다고 갑자기 살이 찌는 것도 아닐뿐더러 딱히 몸에 안 좋은 성분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을 읽고 아침에 먹은 두유에서 말토덱스트린을 봤다고 괜히 겁먹거나 안 좋은 제품이라고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따지자면 그렇게 먹는 말토덱스트린보다 뚱카롱이 더 위험하니까.
문제는 게이너다. 말토덱스트린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몸에서 매우 쉽게 분해된다. 제품마다 조금 다르지만 게이너로 먹는 탄수화물의 양은 설탕을 숟가락으로 마구 퍼먹는 것처럼 상당히 많은 양이다. 이렇게 많은 탄수화물이 별다른 소화도 거치치 않고 몸에서 포도당으로 바로 분해되어 버리면 급격한 혈당 증가로 이어진다. 갑자기 높아진 혈당을 낮추기 위해 우리 몸에선 다량의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인슐린의 과다 분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췌장 기능을 떨어뜨리고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당뇨병에 걸릴 수 있다.
뭔가 어려운 이론같이 들리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쉽다. 당신이 생각하는 당뇨의 원인은 무엇인가. 콜라, 케이크, 초콜릿 같은 것들 아닌가? 이들은 달거나 칼로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음식들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먹는 거야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하루 세 끼, 매일 몇 통씩 먹는다고 생각해보라. 상상 당뇨가 있다면 걸릴 것 같은 느낌이지 않은가. 게이너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거다. 체중 증량에 평소보다 많은 칼로리가 필요한 건 맞지만 게이너 속 말토덱스트린으로 인한 칼로리는 우리 몸의 입장에서 보면 폭탄과 다름없다. 몇 번이야 괜찮지만 장기간 먹다 보면 당연히 무리가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리. 말토덱스트린은 전분에서 유래한 합성 식품첨가물이고 일상적으로 먹는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게이너처럼 엄청나게 들어간 무언가를 장기로 섭취하면 당뇨병에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하자.